[작가칼럼] 세일러문의 요술봉- 이서린(시인)
며칠 전이다.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달의 요정 세일러문’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왔다. 만화 영화가 주제는 아니었다. 요즘의 선거 이야기를 하다가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나온 것이다. 우리는 보궐선거에서 정의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갔다.
너무나도 유명한 하버드 대학교 교수이자 정치철학자인 마이클 샌델이 지은 정치 철학서 ‘정의란...2021-04-15 20:27:34
[작가칼럼] 청명(淸明)의 노래- 양미경(수필가)
엊그제 가벼운 산행을 다녀왔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청명을 맞아 진달래가 지천인 산을 찾은 것이다. 참나무 오리나무에서도 새순들이 제법 파릇하니 자라고 있었다. 겨우내 마른 숲 냄새와 신록의 냄새가 묘하게 어우러져 몸 깊숙이 배어든 계절감에 마음까지 상쾌했다.
이 무렵이면 논밭을 고르며 가래질 하는 농부가 보이고, 한 해의 농사가 기지개를 켠다. ...2021-04-08 21:18:29
[작가칼럼] 이야기는 욕망이다- 김향지(소설가)
요즘 ‘타임 크로싱 스릴러’가 인기를 끌고 있다. ‘타임 크로싱 스릴러’란 주인공이 우연에 의하여 과거와 현재 혹은 현재와 미래를 오가면서 현실의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를 말한다. ‘타임 크로싱 스릴러’는 우연에 의해서 과거의 시간대로 시간여행을 하는 ‘타임 슬립’보다 구성이 더 진보된 느낌이라고 할까?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같은 영화가 ‘타임 슬립’의 좋은 예이다.
현대의 남자가 우연히 19세기 파리의 시간대를 경험하면서 그 시대의 유명한 예술적인 거장들인 헤밍웨이, 피카소, 달리 등과...2021-04-01 20:19:43
[작가칼럼] 소소한 일상이 주는 감동- 김정희(수필가)
우리는 크고 웅장한 것을 대할 때 더 큰 감동을 받는다. 광대한 자연경관이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볼 때면 경외심이 들기도 한다. 반면에 작고 사소한 것들은 소외되거나 제대로 관심을 받지 못한다. 지구상에 가장 흔한 것이 공기라지만 공기 없이는 몇 분도 살 수 없음을 우리는 잊고 산다. 매일 숨 쉬고, 대화하고, 걷고, 나들이하고, 먹고 마시는 등 소소한 일상...2021-03-25 20:09:20
[작가칼럼] 봄이고요, 밤이고요, 그러니까 안녕- 이서린(시인)
봄입니다. 도시와 달리 시골의 봄은 소리로 옵니다. 물론 쑥이 나오고 냉이가 올라오니 눈길로도 봄은 찾아옵니다. 꽃은 당연하고요. 그러나 그보다 먼저 소리로 오는 봄소식에 앞산 뒷산, 옆집 뒷집, 마을 어귀 쪽으로 귀를 세웁니다. 아침 마당에 서면 왼쪽에서 따르르르, 오른쪽에서 따르르르. 딱따구리가 집을 짓느라 동네가 떠들썩합니다. 소리 예쁜 딱새가 ...2021-03-18 20:08:03
[작가칼럼] 너무 한길만을 가르치는 한국- 양미경(수필가)
요즘 젊은이들은 ‘공시족’이나 ‘알바족’으로 나뉜다는 자조적인 말까지 들린다. 교육에 관해 잘 모르는 나도 이 나라 젊은 사람들이 가는 길은 너무 비좁고 갑갑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되도록 젊은이들에게 폭넓은 경험의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데 현실은 넓게 보는 것은 고사하고 한 줄로 길게만 보라고 가르치는 것 같아, 너무 한길로만 이끄는 건 아닌지 모르겠...2021-03-11 20:34:40
[작가칼럼] 사라지지 않는 왕국의 주인- 김향지(소설가)
모든 사물은 시간이란 시험대를 견디지 못하고 심연 속으로 사멸되어 버린다. 하지만 이야기는 매우 오래전 인류의 출발과 함께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여 더욱 다채롭게 흥기하고, 대접받으며, 막대한 부를 창출하기까지도 한다. 신화, 서사시, 서정시, 비극, 로망스, 소설, 영화, 드라마, 웹 소설, 웹 툰, 웹 드라마, 팩션 등으로 장르 변...2021-03-04 20:29:54
[작가칼럼] 찔레꽃 향기가 그리운 봄날- 김정희(수필가)
봄기운이 완연하다. 봄이면 푸르름을 단풍으로 단장시켜 떠나보냈던 공연장 주변의 나목들도 불그레한 신열 속에서 움을 틔운다. 더불어 이맘때면 신춘음악회 준비를 위한 리허설로 공연장은 북적이곤 했다. 다양한 레퍼토리를 준비한 출연진들이 관객을 맞이할 설렘으로 들뜨던 시즌이지만 너무도 조용하다. 거제문화예술회관이라고 다를 바 없다.
코로나로 침묵...2021-02-25 20:34:24
[작가칼럼] 지금, 옛날 영화를 보는 중입니다- 이서린(시인)
짙푸른 대나무 숲이 춤을 춘다. 바람에 일렁이는 가느다란 대나무 줄기를 마치 학처럼 유유하게 타는 남자와 여자. 청명검을 쥔 젊은 여자의 얼굴이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과 대나무 잎 사이로 서늘하도록 아름답다. 검 한 자루 없이 맨손으로 여자를 상대하는 중후한 남자의 얼굴도 출렁이는 대나무 사이사이 결연한 표정이다. 춤을 추듯 펼쳐지는 남녀의 대결은 ...2021-02-18 20:44:02
[작가칼럼] 2021 辛丑年 소 이야기- 양미경(수필가)
소만큼 한국인과 친숙한 동물도 없을 것이다. 요즘은 반려견에게 그 자리를 내준 감도 있지만 역사적으로 소는 한국인에겐 가족과도 다름없는 동물이다. 그래서 종종 소의 우직함과 강인함을 민족의 기질에 비유하기도 한다. 기계화 전의 농경사회에서 소는 전답 경작에 절대적인 노동력의 제공처였다. 논밭을 갈고 무거운 짐을 도맡아 나르면서도 새경을 받는 것...2021-02-04 20:09:25
[작가칼럼] 시간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 김향지(소설가)
그 많던 시간은 어디로 갔는가? 문득 생각해보니 내가 살아냈던 시간의 행방이 묘연하다. 내게 주어졌던 시간은 존재하기나 했을까? 흘러간 시간은 어디에 집적되어 있는가?
“시간은 도대체 무엇일까?”
누구나 한번쯤 이런 질문에 사로잡힌 적이 있을 것이다. 과거에도 이런 겹치는 질문을 한 이가 있었으니, 교부 철학자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 Hipponensis,...2021-01-28 20:17:36
[작가칼럼] 어머니의 사진기- 김정희(수필가)
새해를 맞이하여 서재를 정리하다 보니 오래된 앨범이 눈에 들어온다. 가끔 지나간 추억이 그리울 때면 버릇처럼 앨범을 넘기는 습관이 있던 터였다. 앨범 속에는 시간이 멈춘 채 갈무리된 추억들이 파노라마로 숨을 쉬고 있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가족사진을 보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되돌아가본다.
그러니까 몇 년 전 명절이었다. 오랜 외국 생활 후...2021-01-21 19:53:29
[작가칼럼] 설국, 한계령 그리고 겨울나무- 이서린(시인)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196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일본의 소설가 가와바다 야스나리(1899~1972)의 소설 ‘설국’의 첫 문장이다. 눈 내리는 풍경이 드문 남쪽 도시에 살았던, 열여덟 살의 내가 만났던 일본 소설과의 첫 만남이었다. ‘설국’이라니. 눈의 더미로 쌓인 풍경이라니. 그 설렘과 ‘설국’이라는 장소에 대한 동경이 새삼 생각나는 ...2021-01-14 20:14:12
[작가칼럼] 3월의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양미경(수필가)
내키지는 않지만 신축년(辛丑年) 벽두부터 또다시 코로나19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2020년의 크리스마스는 내 기억에 역대 최악이었던 것 같다. 크리스마스가 예전 같지 않은 건 오래되었다. 거리나 상가에 크리스마스트리와 캐럴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보기 어려워졌고, 풍성하고 흥겨웠던 거리의 풍경도 아기자기하던 가정집의 크리스마스트리도 사라져갔다. 그...2021-01-07 20:14:12
[작가칼럼] 마지막 한 장- 송신근(수필가)
마지막 남은 한 장 달력을 바라본다. 남은 한 장도 작은 바람결에 펄렁이는 세월인데 한 해를 채운 가슴은 내놓을 게 없다. 세월의 끝은 언제나 스산하다. 그래도 젊은 날의 십이월 끝자락은 내일이라는 벅찬 꿈이었고 뜨겁던 열정은 늘 미로와 같은 기대를 장식했었다. 허허로운 겨울밤, 적막 속에서 바라보는 밤 풍경은 커다란 완전성에서 더 작은 완전성으로 축...2020-12-17 20: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