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칼럼] 극단의 시대- 유행두(동화작가)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누군가에게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접했다. 태어나서부터 줄곧 한 사람만이 존재했던 절대 권력자 대통령이었다. 집에 뛰어가자마자 엄마에게 대통령 서거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그런 말 함부로 하면 잡혀가는 거라면서 대문 밖을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텔레비전에서는 며칠 동안 향을 피워놓은 화면만 내보냈다. 찰밥 도시락을 싸 갈 기...2019-11-21 20:34:03
[작가칼럼]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보며- 양미경(수필가)
나는 평소 TV 여행 프로그램을 자주 본다. 얼마 전 〈세계 테마 기행〉 ‘아웃 오브 아프리카, 모로코’ 편을 보면서 처음에는 저게 연출된 장면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2년 만에 왔다가 하루 만에 가는 건 너무해요.” 화면 속 한국 남자를 보며 아랍계 젊은 여성은 기어이 울음을 터뜨렸다. 7~8세쯤 되어 보이는 소녀도 당신이 다시 와서 너무 행복하다며...2019-11-14 20:43:55
[작가칼럼] 종소리 울려퍼지고- 유희선(시인)
며칠 전 모 신문을 넘기다 보니 새문안교회 설계로 ‘아키텍쳐 마스터 프라이즈’를 수상한 이은석 교수와 그에 관련된 기사가 있었다. 요즘엔 한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적으로 교회를 많이 짓지 않는다고 한다. 42개 부문 수상작 중에서도 새문안교회가 유일한 교회건축이라고 한다. 유럽의 대성당 시대가 우리나라 교회에 도래한 것일까? 사실 나는 그 건축의 예술성...2019-11-07 20:18:23
[작가칼럼] 신춘문예 시즌에 즈음하여- 이인규(소설가)
가을맞이에 시골은 꽤 분주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렇던 들판은 어느새 베어지고, 농부들은 그 자리에 다른 작물을 심는 등 농사일에 끝이 없다. 어쨌든 하늘은 높고, 말(馬) 대신 사람들이 살찌며, 바람은 선선하다 못해 쌀쌀해지는 계절이 왔다.
이맘때가 되면 농부 외에도 분주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일 년에 단 한 번, 각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신춘문예 ...2019-10-31 20:23:55
[작가칼럼] 가을의 기도- 김정숙(시조시인)
밀양은 나의 제2의 고향이다. 부산 대연동 못골시장터에서 태어난 나는 교직에 계시던 아버지께서 폐병으로 공기 좋은 곳을 찾아 직장을 옮기셨는데, 가족과 함께 초등학교 때 이사를 와서 오랫동안 살아온 곳이다.
가지산과 종남산 백운산 화악산 등 높은 산, 깊은 계곡에서 발원되는 맑은 물줄기들이 모여 아름다운 풍경과 뛰어난 절경이 많아 유서 깊은 문화유...2019-10-24 20:33:32
[작가칼럼] 일송정 푸른 뜻은- 이선중(시인·문학박사)
손바닥만 한 우리 집 마당에는 소나무 두 그루가 자라고 있다. 이 소나무를 제법 운치 있게 가꾸려고 나는 해마다 봄이 오면 가지치기를 한다. 서투른 정원사 솜씨로 주말에만 가지치기를 하다 보면 고작 두 그루의 소나무를 다듬는데도 꼬박 한 달이 걸린다. 곱게 다듬어진 소나무를 일 년 동안 두고 보는 기쁨은 힘든 작업을 충분히 보상할 만큼 만족감을 주긴 ...2019-10-17 20:12:18
[작가칼럼] 생각을 생각하다- 유희선(시인)
오토바이 한 대가 휙 지나간다. 짐 칸 캐비닛에 쓰인 ‘생각대로’란 글씨가 눈에 확 들어온다. 재밌는 발상이다. 그 이후에도 간간이 그 배달대행업체의 퀵서비스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생각대로’란 글씨 앞에는 전구 그림도 있다. 빨간색 전구는 막, 불이 반짝 켜진 것이 분명하다.
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할까? 또한 얼마나 많은 타인의 ...2019-10-10 20:19:21
[작가칼럼] 우리도 꽃길을 걷고 싶다- 이인규(소설가)
태풍이 지나간 뒤로 모든 게 스산하다. 집 앞마당의 대추나무, 감나무, 모과나무의 채 익지 않은 과실은 바람에 여지없이 떨어지고, 그렇지 않아도 지붕 쪽이 너덜너덜했던 비닐하우스는 거덜이 나버렸다. 내가 사는 산골 골짜기도 이럴진대 평지의 일반 농가는 얼마나 큰 피해를 보았을까. 이런 일을 겪고 나니 나는 그에 따른 파급 효과를 농작물이나 시설에 그...2019-10-03 20:31:57
[작가칼럼] 밀양 남천강- 김정숙(시조시인)
삼문동 둑길을 걷거나 차를 타고 지나칠 때마다 나무와 꽃들 사이로 계절이 지나가고 유쾌하게 꽃반지 나누던 어릴 적 추억도 지나가고 그리고 나의 초등학교 4학년 추석날(1959년 9월17일)의 사라호 이야기도 지나간다.
까마득히 잊혀져가는 60년 전 이야기다. 올해도 추석을 앞두고 날씨가 불안했지만 추석날은 보름달이 둥실 떠올라 가족들과 즐거움을 나눴다....2019-09-26 20:28:07
[작가칼럼] 낙타를 꿈꾸며- 이선중(시인·문학박사)
몽골로 여행을 갔을 때 일이다.
“세상에서 가장 온순한 동물입니다.”
낙타를 가리키며 현지인이 한 말이다. 나는 객관적이지 않을 뿐더러 편협하고 단정적인 그의 말에 공감할 수 없었다. 세상에는 양이나 사슴, 소나 토끼 같은 순하디순하고 사랑스러운 초식동물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희한하다 못해 흉물스럽게 생긴 짐승을 가장 온순하다고 하다니, 이건 ...2019-09-19 20:30:00
[작가칼럼]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 민창홍(시인)
일본의 경제무역 보복 조치로 한일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정말 가깝고도 먼 나라가 되어 가고 있다. 그 근본 원인은 약 35년 동안 벌어진,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반인륜적 행위로 인하여 생긴 치유되지 않은 고통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강제 동원된 위안부, 징용피해자에 대한 깊은 반성이나 사과 없이 망언을 일삼는 태도가 우리의 감정을 들끓게 한다. 또 강제 ...2019-09-05 20:21:09
[작가칼럼] 약속- 서영수(수필가)
약속은 지킬 때 아름답다. 사소한 말,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면 실없이 던질 까닭이 없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내뱉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상대방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다. 무시하는 언행이니 작은 언약 하나에도 신중해야 한다. 조그만 신의가 큰 믿음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경천동지할 만한 사건을 만드는 것이니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이야말로 신뢰의 시...2019-08-29 20:30:57
[작가칼럼] 숲속의 아침을 기다리는 편지- 김정숙(시인)
마음에 태풍이 불었다. 잔뜩 구름이 피고 바람이 일더니 끝내 가눌 수 없는 폭우가 마음을 때리고 있었다. 8월의 어느 날 바다처럼 신열을 달래며 울렁거리고 날뛰고 뒹굴어야 했다. 내가 아팠던 그해 그날들. 바람도 부드러운 나뭇가지를 흔들고 있었고 내 얼굴은 이미 아로니아 색깔로 까맣게 익어 있었다. 사막의 가시 돋친 선인장이 건드리면 찌를 준비가 되어 ...2019-08-22 20:21:37
[작가칼럼] 빨간 피터의 고백을 아십니까?- 이선중(시인·문학박사)
‘빨간 피터의 고백’을 아십니까?
이는 카프카의 단편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서’를 각색하여, 우리 경남 고성군에서 태어난 70년대 최고의 연극배우 추송웅씨가 무대에 올린 연극 제목이다. 그는 성공적인 공연을 위해 6개월 동안 틈만 나면 창경원으로 달려가서 원숭이를 관찰하며 자신을 빨간 피터로 동화시켜 나갔다고 한다.
그런데 원숭이의 동작이나 모...2019-08-15 20:17:56
[작가칼럼] 몸 냄새, 마음 냄새- 서영수(수필가)
“할아버지, 냄새 나요!”
꼬마 아이가 환한 미소를 띤 할아버지 품에서 찡그린 얼굴로 던진 말이다. 영문을 모른 할아버지는 어리둥절한 채 주변을 살피고 있다.
나이가 들면 몸에서 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입고 있는 옷은 물론이고, 방안에도 ‘노인 냄새’가 똬리를 틀고 있다. 냄새의 원인은 ‘노넨알데하이드’라는 물질에 있다. 피지 속의 지방산이 산화되면서 ...2019-08-08 20:5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