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칼럼] 갈등의 전말- 이재성(시인)
하늘이 운다. 열대 지역에서 나타나는 세찬 소나기와 긴 장마 사이.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비 어디쯤이다. 장마가 변했다. 다가오지 않은 내일의 기상예보는 자꾸만 어긋난다. 이상기후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변화 전조다. 지구환경이 변하고 있다. 찾아올 무더위와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 또 다른 적응 기간이 찾아온다.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된다. 개...2020-06-25 20:25:45
[작가칼럼] X의 값 - 박재범 (시인)
교직에 있을 때 나는 자주 학생들에게 ‘2Х와 Х 중 어느 쪽이 더 큰지’를 물었다. 상식적 수준의 수학적 개념이지만,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2Х가 Х보다 더 큽니다.”라고 대답한다.
물론 Х의 값을 미리 알려주지 않은 내 엉큼함과 얼른 겉으로 보이는 대로만 판단한 성급함이 합쳐져 나올 수 있는 잘못된 답이다. “알 수 없습니다.”라고 답하거나, “Х의 값이 뭔가요...2020-06-19 08:00:18
[작가칼럼] 소설의 발자취를 따라- 조화진(소설가)
오르한 파묵의 소설 ‘순수 박물관’은 약혼녀가 있는 부자 남자와 가난한 처녀의 러브스토리다.
한 사람만을 열렬히 사랑하며 일생을 보내기란 쉽지 않을 터인데, 소설 속 남자는 열렬하고 순정하게 일생을 한 여자에게 올인한다. ‘적어도 사랑이란 이런 거야’를 보여주는 모델 같은 러브스토리로도 읽힌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르한 파묵은 자신의 작품 중 최애...2020-06-11 19:54:54
[작가칼럼] 기억의 연대- 이재성(시인)
또 하루분 아침을 맞는다.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익숙해진다. 아침을 알리는 알람과 함께 스마트폰 AI가 “이 기사 어때요?”라며 말을 걸어온다. 어제와 오늘 사이를 정리한 뉴스가 방안을 울린다. 손을 들어 접속한다. 오늘의 날씨를 시작으로 공간을 넘어 손가락 하나로 세계 곳곳의 소식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전 지구적 코로나19 사태 이면, 자극적인 헤드라인을...2020-06-04 20:13:12
[작가칼럼] 다시 기본을 생각하다- 박재범(시인)
내가 살고 있는 곳에는 강이 흐르고 있다. 아침과 저녁, 맑을 때와 비올 때 그 모습이 달라지는 참 아름다운 강이다. 내 삶에 주어진 크고 소중한 혜택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강에 나가면 ‘두 사람’을 만난다. 고요한 아침 강변을 걷다보면 여기저기 버려진 것들이 보이는데, 담배꽁초는 물론이고 때로 빈 술병도 던져져 있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2020-05-28 20:03:18
[작가칼럼] 오해와 말과 글- 조화진(소설가)
이언 매큐언의 소설 ‘속죄’는 본 것을 섣불리 단정해 추측만으로 예단해 믿어버리는 오해가 얼마나 큰 죄를 저지르게 되는지에 관한 내용이다. 봤지만 진실에 대해서 모르고, 한 상상의 끝이 불러온 참혹한 결과에 대해서 말이다. 그 결과 한 쌍의 젊은 연인의 삶은 얼크러지고 망가진다.
아름다운 연애를 하고 인생을 즐길 일만 남아 있는 연인에게 고통의 나날이...2020-05-21 20:04:35
[작가칼럼] 스며들다- 이재성(시인)
작은 문틈 사이, 쌀쌀하던 바람이 뜨거워진다. 미세먼지를 걸러내던 공기청정기도 멈춘 아침. 초록이 더욱 선명해진다. 계절의 변화다. 커튼을 걷자 눈부신 날이 시작됐다. 유리창 넘어 새로운 날이 밝았다. 창을 하나 두고 벌어지는 또 다른 세상으로 들어선다. 분주한 출근길에 마주치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 100여일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 중인 코로나19 앞에...2020-05-14 20:11:27
[작가칼럼] 초유의 온라인 개학, 그리고 그리운 선생님- 박재범(시인)
고등학교 2학년 때 평소에 존경했던 한 선생님께서는 수업 틈틈이 특별한 활동과 발표를 하는 시간을 가지셨다. 그래서 불만인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분은 그런 시간에 더 열정적이셨다. 그분의 특별한 수업활동 중 하나가 묘비명 쓰기였다.
그런데 젊디젊은 나이에 묘비명을 쓰려고 고민을 하다 보니 아, 이건 죽음에 관한 문제가 아니었다. 삶과 관련된 문제였...2020-05-07 20:18:38
[작가칼럼] 낭만적 삶과 어린 시절- 조화진(소설가)
긴긴 겨울 푹 빠져 지낸 건 입소문으로 핫했던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캐나다 드라마 ‘빨강머리 앤’이었다. 게다가 오래 입원한 병실에서 이 드라마는 시간 죽이기에 딱이었다. 봤든 안 봤든 ‘빨강머리 앤’이라는 제목만큼은 너무나 익숙한 책으로, 만화로 알고 있으니 말이다. 고아인 ‘앤’은 독신으로 늙어가는 남매에게 입양된다. 원래 남자아이를 입양하기로 돼 있...2020-04-30 20:39:27
[작가칼럼] ‘갑’지게 살자- 오영민(시조시인)
기쁨과 슬픔이 함께 올 때는 어느 쪽에 무게를 두어야 할까? 살면서 이런 감정 참 낯설다. 나의 기쁨은 늘 내 것이 아니여서였을까. 내 몫은 늘 힘겨움이었고 설움이었다고 자책만 했던 시간들을 지나와서였을까. 익숙하지 않은 감정 하나가 솔잎처럼 자꾸 찌른다. 이런 흉터는 참 싫다.
감정이란 게 본능에만 충실하여도 오해가 쌓이고 뜻이 다르면 반대편이 생...2020-04-23 20:13:44
[작가칼럼] 봄의 유전자- 조은길(시인)
올봄에는 천주산 진달래꽃을 한 번도 못 보고 지나갈 것 같다. ‘사회적 거리두기’, ‘외출 자제하기’란 말이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인데다, 얼마 전에 다친 다리의 후유증 때문에 아직은 높은 산은 조심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너무나도 당연하여 좋고 나쁘고를 의식조차 하지 않았던 일상들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이니 ‘가...2020-04-16 20:14:08
[작가칼럼] 봄날의 위로- 이진숙(소설가)
조용하지만 강한, 미지의 스텔스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무차별 공격했다. 우리나라 ‘코로나19’ 확진자가 1만 명을 넘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다시금 연장되었다. 전국의 모든 학교가 개학을 연기하고 공연과 집회 같은 단체 활동도 전면 금지되었다. 너나 할 것 없이 공포스러운 나날을 보내느라 서서히 지쳐가는 중이다.
그래도 어김없이 봄은 왔다. 세상 물정 ...2020-04-09 20:23:33
[작가칼럼] 응답하라 용강리- 오영민(시조시인)
산이 붉다. 아니다 진분홍이다. 천지가 온통 진달래꽃으로 잔치가 열렸으니, 이맘때면 내 고향 용강리의 구룡산 아래 아침 안개는 자락 자락 꽃 잔치에 쉬이 걷힐 것이다.
응답하라 1984, 나의 유년 나의 열세 살… 그 시절 언덕 너머로 잠시 돌아가 본다. 기찻길 옆 작은 집 한 채, 다섯 아이가 뛰어놀고 대문은 늘 열려 있었다. 탱자나무 몇 그루 돌담 옆에 기대...2020-04-02 20:21:56
[작가칼럼] 경쟁 권하는 사회- 조은길(시인)
코로나19 여파로 지역의 대표축제인 진해 벚꽃축제가 취소되고 말았다. 개장 5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니, 아무런 예고도 없이 바꿔버린 세상에 사람이나 벚나무나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코로나19로 힘든 분들을 위해 써달라며 쌈짓돈을 내놓고,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자원봉사를 자처하고, 손수 마스크를 만들어 마스크를 구입하기 ...2020-03-26 20:21:46
[작가칼럼] 화초를 돌보듯- 이진숙(소설가)
아침에 눈을 뜨면 물 한 잔을 마시고 베란다 창을 연다.
앞베란다에 작은 화분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지난 장날에 사들고 온 해국, 기린초, 아이비, 시클라멘, 그러고도 두어 개가 더 있다. 어찌된 일인지 매번 나는 화초 키우기에 실패를 했다. 때맞춰 물을 주지 못하거나 화초마다의 기분을 살피지 않아서 그랬을 것이다. 그것들에게 시간과 정성을 들일 만큼 ...2020-03-19 20:1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