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칼럼] 아름다운 선택- 조재영(시인)
영국의 전설적인 아서왕에게는 용맹스러운 무용담을 가진 기사들이 있었다. 한번은 아서왕이 전쟁 중에 이웃 나라의 포로가 되었다. 이웃 나라의 왕은 아서왕에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결정하고 매우 풀기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만일 기한 안에 그 해답을 찾지 못할 경우 아서왕은 처형을 당할 운명이었다.
나라 안의 무수한 사람들이 제각기 답을 말하였으나 만족스러운 답이 아니었다. 어느덧 기한이 다가오자 어쩔 수 없이 추하게 생긴 마녀에게 답을 구하게 된다. 결국 아서왕은 마녀의 도움으로 살게 ...2018-09-28 07:00:00
[작가칼럼] ‘교양 교육’이란?- 김흥년(시인)
우리가 ‘교양’이라 부르는 말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고자 한다. 교양이란 한자어의 뜻이, 우리가 그 말을 일상에서 쓸 때와 교양 교육이 이뤄지는 곳에서 쓸 때, 크게 차이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우선 ‘교양’의 뜻을 찾아보니, 사전은 첫째 ‘문화에 관한 광범한 지식을 쌓아 길러지는 마음의 윤택함’, 둘째 ‘전문적 분야의 학문과 지식’이라 풀이하고 있다. 한자어 ‘교양’은 최소한 일반 상식화된 지식뿐만 아니라 광범한 지식까지 필요한 것으로까지 여겨진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어떤 사람을 ‘교양 있어 보인다’...2018-09-21 07:00:00
[작가칼럼] 부끄러운 숙제- 정둘시(수필가)
9월로 들어서니 찜통 같았던 더위도 그나마 한발 물러선 듯하다.
모처럼 맞이하는 여유로운 휴일이라 미루고 미루었던 숙제를 하기로 했다. 늘 손톱 곁에 돋은 가시처럼 마음에 걸렸지만 지난여름이 어디 예사 여름이었던가. 불볕더위에 어쩌지 못하고 오늘에야 마음을 낸 것이다.
식구들이 모두 외출하고 난 뒤 베란다로 나갔다. 일렬로 늘어서 있는 상자들을 가만히 헤아려 본다. 여남은 개는 족히 되지 싶다. 겉포장을 보니 양파며 포도, 사과에다 헛개나무, 오가피, 칡까지 즙을 내어 담아둔 봉지들이다.
어디 베란...2018-09-14 07:00:00
[작가칼럼] 봉암수원지 길을 걷다- 조재영(시인)
누구에게나 기억하고 싶은 길이 있다. 가족들과 오랜 벗들과 도란도란 걸으며 정을 나누고 싶은 길이다. 언제부턴가 봉암수원지 둘레길이 그런 곳으로 다가왔다.
백석 시인은 언젠가 창원의 길을 걸으며 ‘창원도(昌原道)’라는 시를 남겼다.
“솔포기에 숨었다/ 토끼나 꿩을 놀래주고 싶은 산허리의 길은 // 엎데서 따스하니 손 녹히고 싶은 길이다 // 개 데리고 호이호이 휘파람 불며 / 시름 놓고 가고 싶은 길이다” -백석 ‘창원도’ 중 일부-
수원지 길을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이 시가 떠오른 것은 아마도 산책길에 ...2018-09-07 07:00:00
[작가칼럼] 이후의 삶- 주선화(시인)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지 2년 남짓, 한 번은 터질 것이 터졌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하지만 그로 인해 억울한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박진성 시인의 ‘이후의 삶(B612북스 출판, 2018, 5)’을 읽으며 재미로 던진 돌멩이 하나가 얼마나 한 사람의 삶을 처참하게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목도했다. 그리고 사실 관계조차 하지 않은 언론사의 횡포가 얼마나 피해자를 절망케 하는지도 목격했다.
‘이후의 삶’ 저자 박진성은 시인이다. 어느 날 한 신문에 박진성 시인의 ‘...2018-08-31 07:00:00
[작가칼럼] 독창성- 김흥년(시인)
시인이나 다른 예술가들처럼 창작을 하는 이들에게는 독창성이 지상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이제 더 이상 창작은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창조처럼 여겨지지 않는다. 남의 것과 조금만 차이가 있어도 독창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차이를 어떻게 발견할 것인가?
자기와 남의 차이를 아는 것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다. 게다가 이 발견은 자기 밖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다양한 인간의 생각들이 작품으로 그려져 있다. ‘태양 아래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는...2018-08-24 07:00:00
[작가칼럼] 쓴소리 단소리- 정둘시(수필가)
격의 없이 지내는 거래처 직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남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편안한 사이라 자리에 앉은 채 무심코 통화를 했다. 전화를 끊고 나니 그분이 나에게 물었다. 혹시 남편과 싸웠느냐고. 자기가 듣기에는 나의 말투가 퉁명스럽기 짝이 없어 상대방은 기분이 몹시 나빠졌을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머리라도 한 대 얻어맞은 양 정신이 혼미해졌고, 얼굴은 화끈거렸다. 조금 전의 내 말투를 돌이켜 생각해보니 결코 상냥하지 못한 말본새임은 확실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제오늘의 이야기도 아니란 것을 나...2018-08-17 07:00:00
[작가칼럼] 팔월에게- 주선화(시인)
올해도 어김없이 매미소리로 뜨겁다. 8월에는 당연히 매미가 울어야 제격이라는 듯 거침없는 저 소리들.
이 시끄러운 소리를 누군가에게 바치는 달콤한 사랑의 세레나데로 듣는다면 작열하는 여름을 좀 더 낭만적으로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110년 만의 유례 없는 폭염이라는 요즈음 열대야로 잠을 설치는 사람들에겐 밤새도록 울어대는 매미소리가 결코 로맨틱하게 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맴 맴, 찌~르르르, 찌~르르르” 저 소리가 언제 끝날까 싶을 정도로 울어대는 매미는 주로 큰 나무에 매달려 있는데 ...2018-08-10 07:00:00
[작가칼럼] 누가 나무를 심었을까- 조재영(시인)
황량한 산을 여행하던 사람이 있었다. 어느 황무지 산에 도착했을 때 그는 묵묵히 나무를 심는 노인 엘제아르 부피에를 만난다. 이곳에 나무를 심다니,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인가. 주인공은 노인이 하고 있는 일이 덧없는 일이라고 여겼다. 더구나 그 산은 노인의 소유도 아니었다. 이 이야기는 프랑스 작가 장 지오노가 1953년에 발표해서 널리 알려졌다. 이야기의 끝 부분에 이르면, 황무지는 맑은 공기와 물이 있는 울창한 숲으로 변했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살아가면서 엘제아르 부피에와 같이 씨앗을 심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2018-08-03 07:00:00
[작가칼럼] 인문학의 위기- 김흥년(시인)
우리말의 많은 낱말들이 한자어에서 비롯한 것이다 보니, 한글로 적었을 때 뜻을 알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인문이니 인문학이니 하는 것들도 그렇다. 국어사전에서 이런 낱말들의 뜻을 찾아 봐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이럴 때는 한자어 글들을 하나씩 뜻풀이를 해 보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인문’은 사람 인(人)에 글월 문(文)이니, ‘사람에 대한 글’이라는 뜻이다. 인문학은 ‘사람에 대한 글’을 연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인문학의 대표적 학문을 흔히 문(文學), 사(史學), 철(哲學)이라 한다. 문학은 소설처럼 ‘앞으로 있...2018-07-27 07:00:00
[작가칼럼] 세상의 모든 풀꽃- 주선화(시인)
뜨겁게 사랑하다 장렬하게 죽음을 맞이하려는 듯, 여름꽃들은 대부분 키가 크다. 마당 한편에 접시꽃, 해바라기, 백일홍, 나리꽃, 원추리, 범부채, 비비추가 피어 있다. 모두 다 여름을 대표하는 꽃들이다. 제각기 키를 높이며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면서 쑥쑥 커간다. 비비추꽃이 절정일 때는 보랏빛 입술을 살짝 벌리고 새벽이슬을 조롱조롱 매달고 있는 모습은 가히 환상적이다. 햇살이 한 줄기 방울 속으로 스며들기라도 하면 보는 이들마다 감탄을 자아낸다.한여름의 꽃이라 하면 작렬한 태양 아래 해를 따라 도는 노랑해바라...2018-07-20 07:00:00
[작가칼럼] 아들은 아닙니다- 정둘시(수필가)
영월, 김삿갓 문학관의 입구에 자리 잡은 노루목 상회 식당에서 막걸리 잔치가 벌어졌다. 큰 나무 한 그루가 그늘을 드리운 넓은 마당, 몇 무리로 나누어 앉은 술상에는 목마른 여행자들의 술잔이 분주하게 오갔다. 청령포, 장릉을 거쳐 영월 문학기행의 마지막 코스였던 김삿갓 유적지를 다녀온 우리 일행은 초여름의 더위에 몹시 지쳐 있었다. 그런 터에 계곡 옆의 한적한 주막을 발견하고선 득달같이 달려온 것이다. 사십 명도 넘는 사람이 일제히 주문을 쏟아낸다. 부자간으로 보이는 할아버지와 사십대 초반쯤의 남자가 정신...2018-07-13 07:00:00
[작가칼럼] 창원, 문학으로 꽃피다- 조재영(시인)
내가 시 부문으로 문단 활동을 시작한 시기는 1992년이었고 20대 초반이었다. 고교시절까지는 글쓰기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더라도 그것은 하나의 막연한 꿈이었고, 실제로 글을 쓰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학교가 그러하듯이 내가 다녔던 마산의 고등학교에서도 교지를 발행했고, 학생들의 작품이 문예란에 실렸다. 교지에 실린 급우들의 시를 보면서, 그러한 글을 적었던 친구의 세계와 나의 세계는 많이 다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친구와 현실에서는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차원이 다른 세계...2018-07-06 07:00:00
[작가칼럼] 난민 문제- 임창연(시인)
대한민국에서 난민문제는 1970년대 베트남 피난민의 수용과 함께 드러나기 시작했다. 1992년 12월 3일 난민협약에 가입한 후 거의 10년이 지난 2001년에 비로소 최초의 난민을 인정해 난민협약 가입국이 되었다. 하지만 난민과 난민신청자에 대한 보호는 체류를 허용하는 정도에 머물렀다.2011년 12월 29일 본격적인 난민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고, 2012년 2월 아시아에서 최초로 독립된 난민법을 제정해 2013년 7월 1일부터 시행하게 되었다. 난민법이 통과됨으로써 난민심사과정의 투명성, 난민의 사회권 보장, 난민에...2018-06-29 07:00:00
[작가칼럼] 주문을 실수하는 식당- 정이경(시인)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햄버거를 시켰는데 오므라이스가 나온다면. 주문한 손님의 대부분은 화를 내기는커녕 웃음으로 그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 이상한 이 식당의 이름은 ‘주문을 실수하는 음식점’이다. 일본 도쿄에서 문을 연 이 식당 종업원은 치매 환자들이다. 이들은 주문을 실수하기도 하고 주문을 받는 것조차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치매에 걸린 환자들이 일한다고 너무 신경 쓰거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치매 환자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이들이 식당에서 일을 하는 이유는, ...2018-06-22 07: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