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어버이날이 다가오면 학교에서나 집에서 색종이를 가지고 카네이션을 만들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는 산업화 초기여서 대부분의 가정에서 3대 4대가 대가족을 이루어 살았고, 가족애도 돈독하던 시대였다. 그래서인지 어버이날엔 자녀들이 정성껏 만든 카네이션과 마음을 담아 쓴 편지가 부모에게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집집마다 부모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도 적어도 한 두개씩은 남아돌았다. 어버이날 행사에서 ‘어머니 은혜’를 노래로 제창할 때는 참석자 모두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어른과 노인에 대한 공경이 자연스럽게 솟구치는 분위기였다. 1970년대 이후 급속한 경제 발전과 함께 국민소득이 증가하면서 돈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주변에 돈 때문에 가족간 다툼을 벌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패륜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지난 해 인천 모자 살해 사건의 범인이 재산을 노린 둘째 아들의 소행으로 밝혀졌다. 도박 빚에 시달리다가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천륜을 저버리고 엄마와 형을 살해했다고 한다. 세상이 산업화, 도시화, 핵가족화 되면서 가족의 정도 많이 약화되었다. 도시에 사는 자식들이 이런 저런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를 자주 찾아뵙지 않는다. 어버이날조차도 부모에게 찾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개 택배를 통해 선물을 보내거나 전화를 하거나 송금을 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이에 더해 효도관광을 보내드리거나 종합건강검진을 받게 해드리는 경우도 있다. ‘논어 위정’편에 보면 자유가 효에 대해 묻자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의 효라는 것은 부모를 물질적으로 봉양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개나 말조차도 모두 먹여 살리기는 하는 것이니, 공경하지 않는다면 무엇으로 짐승과 구별하겠는가?”라고 말하였다. 물질보다는 정성을 다해 부모를 공경해야 한다. 어릴 적 부모는 자식의 전부였다. 자식은 언제 어디서나 부모를 찾았다. 이제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높고 깊은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서는 부모님을 찾아가야 한다. 이번 어버이날엔 부모님을 꼭 찾아뵙고 공경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실행해 보자. 자식이 부모에게 드리는 최고의 선물은 건강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아닐까? 농협중앙교육원 이병한 교수 lbyh2000@naver.com 010-4706-9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