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요일!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잔소리 없는 날이 되었다.
며칠 전에 ‘잔소리 없는 날’이라는 책을 읽고 나도 잔소리 없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자 엄마는 다가오는 일요일에 하라고 하셨다.
엄청 기대되기도 했지만 엄마가 하라고 하지 않아도 숙제를 스스로 해야 되기 때문에 걱정되기도 했다. ‘잔소리 없는 날’이라는 책에 나오는 푸셀처럼 진짜 자기 맘대로 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신나는 마음으로 잔소리 없는 날을 시작하였다.
밖에 나가서 놀고 들어와서 숙제를 좀 하고, 쉬면서 책도 좀 보고 그랬다. 엄마는 무언가 시키고 싶은 것 같았는데 나한테 말하지는 않았다.
오전, 오후가 지나고 밤이 되자 오늘 해야 할 것이 많이, 아주 많이 남아있었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천천히 하였는데 지난주에 미루어 놓았던 수학 학습지, 영어, 국어 학습지가 있었던 것이다. 결국 평소보다 늦게 공부가 끝났다. 낮에 할 일을 미리 안 하고 밤에 다 하니깐 정말 힘들었다. 해야 할 것을 어제 미리 적어 놓고 할 걸 그랬다.
하지만 재미있는 일도 많았다. 밖에 나가서 논다고 했을 때 엄마는 추워서 밖에 나가지 말라고 하였는데 내가 “엄마, 잔소리 없는 날이잖아요.”라고 말해서 놀 수 있었다. 또 잠 잘 때 나는 엄마의 다리를 비비고 자는 걸 좋아하는데 엄마는 불편하여 하지 말라고 했지만 내가 “엄마, 잔소리 없는 날!”이라고 말해서 마음대로 비비고 잠을 잔 것이 재미있었다.
마지막으로 엄마가 빨래를 같이 널자고 했는데 와이책을 읽고 싶어서 “엄마, 잔소리 없는 날이잖아요. 저는 책을 읽을래요. 잔소리하지 마세요”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이때는 빨래 널기를 할까 하다가 책을 더 읽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일요일 하루 잔소리 없는 날을 해보니 재미있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다. 엄마와 빨래를 같이 널지 않은 것이 후회도 되었다.
이 일을 겪은 뒤로 내가 스스로 척척 할 때까지 엄마의 잔소리가 조금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또 내가 엄마의 잔소리를 듣지 않도록 노력해야 된다는 것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