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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회 5월 어린이문예상> 고학년 산문 최우수

외할머니의 딱딱한 오른손 - 김민경(창원 대암초 6-1)

  • 기사입력 : 2017-05-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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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외할머니는 남들과 조금 다른 신체조건을 가지셨다. 외할머니의 오른손은 엄마가 6살 때 볏짚 자르는 기계가 볏짚과 함께 삼켜 먹어버려 없으시다. 그래서 외할머니는 29살 꽃다운 나이에 갑자기 장애인이 되어 왼손 하나만으로 살아오셨다.

    외출하실 때는 오른손엔 항상 딱딱한 가짜 손 의수를 하신다. 집에서는 손가락이 없는 손목만 보이고 계실 때도 많으시다. 내가 더 어렸을 때는 그런 외할머니가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은 무섭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철없던 나는 외할머니 오른손은 왜 그런지, 손가락은 왜 없는지, 딱딱한 가짜 손은 왜 하고 있는지 계속 물었었다. 항상 외할머니를 만날 때마다 이런 질문들을 쏟아내니 엄마가 하루는 자세하게 얘기해 준 적이 있다.

    외할머니가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되신 얘기를 하시면서 마음이 아프신지 엄마는 눈물을 보이셨다. 그런 엄마를 보니 나도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한 손이셨던 외할머니는 엄마가 소풍 가거나 학교 갈 때도 김밥과 도시락을 꼭 싸주셨다고 한다. 자신의 장애가 자식에게 놀림감이 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신 좋은 엄마였다고 했다.

    그런데 엄마도 어릴 땐 외할머니가 좋은 엄마인 걸 잘 알면서도 친구들 앞에서 엄마가 장애인이란 게 너무 부끄러웠다고 하셨다. 비 오는 날 우산을 가지고 학교로 찾아오셨을 때 너무 창피했다며 부끄러웠던 마음이 아직도 후회되고 많이 죄송하다고 했다. 나 또한 외할머니께 상처가 될 질문들을 쏟아냈던 게 미안한 마음이었다.

    아빠는 외할머니께 예쁜 새 의수와 하나뿐인 왼손에 반지를 해드렸다. 어린아이처럼 너무 좋아하시는 외할머니의 얼굴을 잊을 수 없다. 외할머니를 생각하는 아빠의 깊은 마음이 너무 멋지다.

    지금 우리 외할머니는 왼손으로 못하시는 게 없는 달인이 되셨다. 한 손으로 요리, 칼질, 빨래도 척척이시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 또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때마다 정말로 큰 상처였을 것 같다.

    손가락이 없는 오른손 손목은 거칠어지고 굳은살이 박여 딱딱해지고 새까맣게 그을려진 모습이다. 그런 외할머니를 볼 때마다 항상 마음이 많이 아린다.

    우리가 외할머니 댁에 가면 비록 한 손이지만 얼른 뛰쳐나오셔서 “우리 예삐들 왔냐” 하시며 항상 양팔 벌려 우리를 힘껏 안아주신다. 의수는 딱딱하지만 외할머니의 온기가 느껴진다. 그리고 엄마가 많이 아프셔서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도 오셔서 어린 우리들을 정성껏 돌봐주셨다. 난 우리 외할머니가 끓여주시는 구수한 된장찌개를 정말로 좋아한다. 된장 맛은 외할머니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커서 외할머니 꼭 호강시켜드릴 수 있게 오래오래 건강하게 우리들 곁에 계시면 좋겠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지 않으셨지만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되어도 장애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꿋꿋하게 이겨내시며 늘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하시는 외할머니가 누구보다도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

    ‘외할머니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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