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칼럼] 아직은 외롭고 먼- 이고운(수필가)새 역, 혼자 이사를 왔다. 빚진 것도 없는데 야반도주하듯 서둘러 왔다. 사라졌던 옛 진주객사가 진주역사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보기엔 웅장하고 뿌듯하다. 하지만 이웃이 없는 외딴곳이라 풀이 붙지 않는다. 완공이 다 된 것도 아닌데 가라니까 왔다. 방송매체로...2012-12-07 01:00:00
- [작가칼럼] 소통과 불통 사이- 하재청(시인·진주제일여고 교사)오늘날 인터넷이 진화하면서 그 소통방식도 다양하게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소통의 속도도 엄청나게 빨라졌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일반화되면서 소통은 확장적이고 즉각적이고 실시간으로 속도감 있게 이루어지고 있다. 수많은 소식과 정보, 개인 의견들이 실시간...2012-11-30 01:00:00
- [작가칼럼] 한 잎의 여자- 천융희(시인)단풍! 초록에 지쳐 단풍이 든다고 했던가. 화려한 꽃의 뒷배경밖에 되어 보지 못했던 잎사귀들의 서러운 대반란이라고 했던가. 어쨌거나 11월의 하순을 달려오며 전국의 단풍축제 물결이 시들해졌다. 아니 곧 나목의 계절이 오고 있다. 시린 저 가지 끝에 한 잎 간...2012-11-23 01:00:00
- [작가칼럼] ‘홍시(紅枾)’라는 계절- 김남호(시인·문학평론가) 홍시는 과일이 아니다. 홍시는 계절이다. 이 지상에서 가장 찬란한 계절이면서 가장 쓸쓸한 계절이고, 누구나 이 계절에 살면서도 아직 이름을 붙이지 못한 계절이다. 이 계절에는 심하게 바람이 분다. 폭풍처럼 그리움이 불고, 방향을 가늠할 수 없도록 황홀함이, ...2012-11-16 01:00:00
- [작가칼럼] 카페 천국- 유희선(시인) 김밥 천국과 텔레비전 천국에 이어 또 다시 카페 천국이다. 아마도 이 천국시리즈는 얼마간 계속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감히 경험할 수 없는 천국을 흔하게 쓸 수밖에 없는 역설을 생각해본다. 물론 여기서의 천국은 天이기보다 千에 가까울 수 ...2012-11-09 01:00:00
- [작가칼럼] 사라진 남문산역- 박영기(시인) 어, 조용하다. 안 들린다. 창밖을 보고 또 보고, 뭔 일이지? 종일토록 기차가 안 지나간다. 기차소리를 들으며 잠이 든다. 기차소리에 잠을 깬다. 기차바퀴 구르는 진동에 벽이 흔들린다. 구들장이 흔들려 봉숙이 아버지가 새벽잠을 깨신다. 봉숙이 아버지가 봉숙이...2012-11-02 01:00:00
- [작가칼럼] 말의 번창- 정푸른(시인·계간 ‘시와환상’ 편집장)우리는 어디에 있건 공기라는 탄력 있는 고치 속에서 숨 쉬고 몸을 부빈다. 우리의 폐 속에 공기를 들이고 내뱉는 생리적 현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숨을 이어감으로써 우리의 시간은 앞으로 나아가게 되고 곡절을 가진 삶을 만들어간다. 숨은 우리의 몸이 시간...2012-10-26 01:00:00
- [작가칼럼] 거두어 주지 않는 죽음- 조민(시인)아뿔싸! 고양이 머리를 갈았다. 로드킬당한 길고양이다. 머리끝이 쭈뼛 선다. 진저리가 쳐진다. 완전 으깨어졌겠지.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나친다. 쌩! 하고 앞만 보고 달려간다. 모른 척하고 바쁜 척한다. 어쨌든 저 으깨진 죽음을 거두어 줄 형편은 못...2012-10-19 01:00:00
- [작가칼럼] 일하며 사는 즐거움- 최숙향(시인)지인들은 내게 ‘일중독’이란 말을 종종 갖다 붙인다. 문단에서 잔심부름을 곧잘 하고 술자리나 행사장에서 마지막 설거지를 담당했던 나의 발자취 때문에 행방이 묘연해졌을 때 찾는 이들의 전화를 바쁜 중에 늘 허덕이며 받았기 때문이다. 잊지 않고 챙겨주는 고마...2012-10-12 01:00:00
- [작가칼럼] 스마트폰, ‘smart’한 사람- 정희정(시인)몇 년 전 문학기행지에서 동백과 동박새를 만난 적 있다. 그때 박새를 비롯한 텃새들의 재재거리는 소리를 나는 호출부호로 인식했다. 핏빛 꽃 사이사이를 날아오르던 무수히 많은 새들의 맑은 소리가 먼저 간 아들이 나를 찾아 계속 울려대는 호출음이라고 읽었던 ...2012-10-05 01:00:00
- [작가칼럼] 두 개의 문 - 問, 聞 -김지율(시인)問 2012년 6월 27일자 경향신문 1면. 월 15만 원의 노령연금으로 생활해 오다 동반 자살한 노부부의 유서 첫 문장은 이랬다.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향해 그토록 억척같이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그 문장을 본 그날은 하루 종일 우울하고 답답했던 기억이 난다. 나...2012-09-28 01:00:00
- [작가칼럼] 피에타- 윤덕점(시인) ‘피에타’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가는 내게 동생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비릿해서 싫다고 한다. 그 말은 김 감독의 작품이 그만큼 사실적인 날것의 인간 본성에 닿아 있다는 얘기일지도 모른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단지 본능에 충실한 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남자 ...2012-09-21 01:00:00
- [작가칼럼] 대중 예술의 위력을 보며- 안화수(시인·경남문인협회 사무처장) 지구촌이 박재상의 말춤으로 들썩들썩한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뭇사람에게 끝없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 강남 스타일을 패러디해서 홍대 스타일, 전주 스타일, 마산 스타일 등이 만들어지더니 마침내는 경찰 오빠 스타일, 줌마 스타일을 비롯한 여러 스타일이 봇...2012-09-14 01:00:00
- [작가칼럼] 넝쿨째 굴러 온 당신- 김미옥(시인) ‘넝쿨째 굴러 온 당신’이라니…. 듣기만 해도 설레는 말이다. 온갖 복을 주렁주렁 매단 복덩이가 굴러 들어온다는 건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 아닌가? 제목처럼 무언가 기분 좋은 일들이 마구 쏟아지길 기대하며 보기 시작한 주말연속극이다. 하지만 막상 굴러 들어...2012-09-07 01:00:00
- [작가칼럼] ‘천천히 와’라는 말- 손영희(시인)‘천천히 와’라는 이 시를 마음속에 오래 품고 있을 때가 있었다. “천천히 와/천천히 와/와, 뒤에서 한참이나 귀울림이 가시지 않는/천천히 와//오고 있는 사람을 위하여/기다리는 마음이 건네준 말/천천히 와//오는 사람의 시간까지, 그가/견디고 와야 할 후미진 고...2012-08-31 0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