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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동네방네 예술의 꽃씨를 뿌린다- 김시탁(창원예총 회장)

  • 기사입력 : 2018-05-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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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뿌리 생활문화 예술교육이라는 것이 있다.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가 적은 기업체 근로자나 다문화 가정, 어촌마을 주민, 장애인, 실버세대,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맞춤형 예술 강사를 현지에 파견하여 지역 및 계층 간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목적으로 운영하는 주민밀착형 교육이다.

    창원시가 후원하고 창원예총이 주최하는 이 사업은 2016년 신설돼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데 매년 신청단체가 크게 늘면서 지금은 가시적 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다. 금년에도 약 50개 단체가 접수를 함으로써 엄격한 심사를 거쳐 37개 단체를 선정, 지난 2일 개강에 들어갔다. 교육 장소는 대부분 신청 단체의 유휴공간이며 오는 12월 종합발표회를 끝으로 모든 과정이 종료된다.

    프로그램도 미술 서예 공예 합창 경기민요 등 시청각예술에서부터 무용 발레 연극 등 공연예술, 그리고 클래식 기타 노래 시 창작 문화 교실 등 전문화 과정 교육과 사물놀이 건강백세 교실 등 생활문화 예술교육 등 다양하다. 수강생이 교육장에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각 장르마다 전문 강사를 현지에 파견함으로써 찾아가는 문화교실이라는 점이 일반 교육과 다르다. 특히 건강백세 교실의 경우 주로 노인정이나 주민센터에서 고령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함으로써 접근성과 편리함을 모두 갖추고 있어 매우 만족도가 높다.

    이 교육의 특징은 생활문화를 예술에 접목시켜 현대인의 메마른 정서를 함양함은 물론 소통과 공감을 통해 자기계발과 문화적 성취도를 향상시켜 고품격의 삶을 지향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일상을 깔고 앉아 일상의 틈바구니 속의 생활문화가 예술을 만나 힐링이 되고 탄력 있는 삶을 영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된 일이겠는가. 건강백세 교실의 경우 고령의 노인들이 강사의 동작을 따라 스포츠 댄스를 배우고 경기민요를 부를 때는 그 해맑은 표정이 나이를 말끔히 지워 버린다. 화선지에 난을 치는 가정주부는 붓질 하나에도 심장이 얼어붙고 근로자 박씨는 색소폰을 불다가 숨이 넘어갈 듯 힘들어도 행복하다고 했다. 장애인 교실에서는 꽃과 식물을 활용한 그린아트로 언어를 온몸으로 전달하는 모습은 너무도 진지해서 보는 사람의 마음이 절로 숙연해진다. 생활문화가 예술을 바라보는 눈빛이 경건하니 순수예술이 생활문화의 손을 슬며시 잡아주는 애잔한 모습도 아름답다.

    궁합이 이러하니 배제보다는 돈독의 관계로 둘을 맺어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탄생된 것이 풀뿌리 생활문화예술교육이다. 이 종자를 창원예총은 3년째 동네방네 뿌렸다. 척박한 땅에 떨어진 꽃씨는 싹을 틔우기 전 말라 버릴까 노심초사했고 땅심이 좋은 곳엔 관리에 만전을 기해 풍성한 열매를 맺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파종 시에는 여러모로 힘도 들고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꾸준히 농사를 짓다 보니 요령도 생기고 능률도 올라 이제 제법 소출을 내고 있다. 이 소출로 곳간을 채울 생각은 당초부터 없었으니 수확물을 다시 시민들에게 환원하여 문화예술 특별시의 문화시민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부여할 수 있다면 땡볕에 씨 뿌리며 흘린 땀이 더없이 고맙겠다. 공자의 삼계도(三計圖)에 춘약 불경 추무소망(春若不耕 秋無所望) 즉, 봄에 밭을 갈지 않으면 가을에 추수할 것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문화예술의 꽃씨를 줄기차게 뿌린다는 것은 언젠가는 온 도시가 문화예술의 꽃들로 만발하고 그 향기가 진동할 날이 올 것을 희망하기 때문이다. 그 희망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니 돌밭을 갈고 화전을 일구기 위한 쟁기질을 계속될 것이다.

    김시탁 (창원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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