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전국을 뒤흔든 포항 지진 때 기둥이 휘고 부서진 원룸 모습은 ‘필로티’ 구조의 안전 문제에 대해 또 한번 불안감과 경각심을 낳고 있다. 이 필로티 건물은 지진에 취약한 대표적인 건축 방식으로 꼽히고 있다.

보통 필로티 건물 지하에는 주차장이 있거나 주차장 대신 유리로 문을 만들고 편의점이나 상가를 운영하는 형태가 많아 건축물의 하중은 1층이 가장 크게 받는다. 그 중량의 대부분이 기둥과 벽에 분산되는데, 필로티 구조는 벽이 없어 상하 진동, 좌우 진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16일 오후 포항시 북구 장량동의 한 필로티 구조 건물 1층 기둥이 뼈대만 드러내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연합뉴스/

필로티 건물은 4∼8개의 기둥이 벽면이 나눠 받아야 할 건물 하중까지 모두 떠안는 건물로 구조적 위험성에도 2002년 주택의 주차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1층을 기피하는 소비자들의 기호에도 맞았고, 크지 않은 평수에 건물을 간편하게 지을 수 있어 중소 건설업자의 구미에도 딱 맞아 유행처럼 번졌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5년부터 3층 이상 또는 500㎡ 이상인 모든 건축물에 대해 내진 설계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법이 소급적용되는 것은 아니어서 올해 7월 기준 내진 설계 대상 중 실제 내진 설계가 확보된 건축은 20.6%에 그쳤는데, 필로티 건물이 3층 이상이면 당연히 내진 설계 대상이지만 사실상 내진 설계가 안 된 경우가 더 많다.

한편, 현실적으로는 벽이나 철골 브레이스를 더 박으면 되는데 그렇게 되면 주차장이나 1층 공간을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금전적 부담도 크기 때문에 쉽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한근 기자 khg@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