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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집회시위 문화 "패러다임"의 전환을

  • 기사입력 : 2007-04-05 09: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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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마스 쿤(Thomas kuhn)은 그의 저서 <과학 혁명의 구조 designtimesp=3069>에서 공동체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신념. 가치. 기술들의 총체를 지칭하는 ‘패러다임(paradigm)’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다. 물리학자인 쿤이 과학혁명의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고안한 개념이 현대에는 모든 영역에서 보편성을 띠며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하는 이론적 틀로 인식되고 있다.

    오늘날 다양한 영역에서 패러다임은 생성. 진보. 소멸의 역사를 보이며 발전 하고 있지만 유독 과거의 부정적이고 왜곡된 패러다임을 고수하는 몇 안 되는 영역 중 하나가 ‘집회시위 문화’다.

    지난 시절 권력과 힘을 독점한 정권에 항거하거나 이땅의 민주화를 요구하며 물리력을 동반한 집회시위를 통해 국민의사를 표출하던 집회시위 방식이 완전한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다양한 언로가 개방된 지금까지도 집회시위 문화는 과거의 물리적 수단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양상에서 큰 변화가 없다.

    널따란 광장이나 많은 차량이 주행하는 거리를 군중과 경찰이 대치하면서 철천지 원수마냥 쇠파이프와 경찰봉을 휘두르고 돌을 던지고 피를 흘리는 과거의 망령이 언제까지 활동하게 마냥 내버려 둘 것인가!

    헌법 제21조는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재차 헌법 제37조에서 이러한 자유와 권리는 국가 안전보장과 질서유지를 위해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집회를 하는 사람들의 자유와 권리도 존중되어야 하지만 국가나 불특정 다수의 국민이 불법집회로부터 역차별적 침해를 받지않을 권리도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은 경찰이나 집회주최측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법과 원칙만 되뇌는 경찰이나 입발림처럼 평화적인 집회시위를 말하면서도 물리력을 앞세운 집회시위를 지속적으로 개최하는 주최측이 한치의 양보없이 무조건적으로 상대방의 무장해제만 요구하며 대치하는 한 평화적인 집회시위 문화 정착이라는 패러다임은 요원한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나 현실성 없는 대책 또는 막무가내식의 자유와 권리를 주장하기보다는 시대에 걸맞은 집회시위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상호신뢰 구축과 실천이 중요하다.

    최근 경찰은 집회현장에 진압경력을 배치하지 않거나 지양하고 모든 집회는 원칙적으로 주최측의 자율에 맡겨 진행되도록 보다 유연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평화적으로 개최되는 집회시위는 최우선적으로 협조하고 물리력을 동반한 집회시위는 채증을 통한 사후 사법조치를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폭력적이고 시대에 맞지 않는 집회시위 문화의 악순환을 단절하겠다는 나름의 의지 표출인 것이다.
    이제 집회 주최측도 나름대로의 답을 내놓을 차례이다. 언제까지 사회적 약자로서 국민의 이해와 불가피성만을 주장하며 물리적인 잡회시위만을 고집할 것인가!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평화적 집회시위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선구자적 길을 갈 것인가! 이제 선택의 시점이다.
    마산중부경찰서 방범순찰대 경위 구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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