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30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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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창원 서성동 탈성매매 여성

“욕설·폭행 예사… 그곳엔 인권은 없었다”
겨울에도 보일러 틀어주지 않고 ‘빚 안갚으면 아무데도 못 간다’ 협박

  • 기사입력 : 2020-09-23 20: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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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 네가 카드 훔쳐서 돈 뽑은 거니까 절도죄로 들어가.”

    지난 18일 창원시 의창구의 한 장소에서 기자와 만난 탈성매매 여성 A씨는 지난해 9월 창원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에 몸담고 있었던 당시 겪은 억울한 이야기를 꺼내며 말문을 열었다.

    ★관련기사 4면 ▲창원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오늘도 영업’

    사정은 이랬다. A씨에 따르면 한 남성이 집결지 내 업소로 와 성매매 여성 2명과 ‘나까이’(매상관리 등을 맡는 지배인) 이모 등 3명과 술을 마셨는데, 다음 날 술이 깬 후 파출소로 찾아가 업주와 성매매 여성들을 절도로 고발하겠다며 자신이 지불한 돈보다 100만원 더 많은 금액을 합의금으로 요구한 것이다.

    “그 손님이 카드와 함께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시켰으니깐 돈을 찾았죠. 나까이 이모가 돈을 인출하고, 그 돈으로 술을 사서 장소를 옮겨 마시다 ‘이만 잘거니 돌아가라’고 해서 저희 셋은 다시 업소로 돌아왔죠.”

    문제는 그다음 날 일어났다. A씨는 “업주가 아침에 모두 깨워 난리를 치더니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니네가 손님 돈 빼먹은 거니까 나와 상관없다. 합의금은 너희(성매매 종사자들)가 내든, 절도죄로 들어가든 알아서 하라’고 했다”며 “그래서 ‘수익을 반반 나눠가져 갖고선 진상 손님이 나오니까 나 몰라라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따졌지만 돌아온 건 쌍욕뿐이었고, 결국 합의금은 우리 주머니에서 나갔다”고 말했다.

    탈성매매 여성 A씨가 지난 18일 창원시 의창구의 한 장소에서 창원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에 있을 당시 일들을 설명하고 있다./도영진 기자/
    탈성매매 여성 A씨가 지난 18일 창원시 의창구의 한 장소에서 창원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에 있을 당시 일들을 설명하고 있다./도영진 기자/

    40대인 A씨는 20대 중반 성매매 집결지로 흘러들어왔고, 잠시 이곳을 떠났다가 몇 년 전 다시 돌아와 지난해까지 몸담았다.

    A씨는 성매매 종사자로 일하는 동안 ‘진상 손님 합의금’을 비롯해 여러 명목의 착취를 당하면서 일을 하면 할 수록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15분에 8만원, 30분에 15만원, 숙박은 20만원, ‘올타임’은 50~70만원선의 돈을 받은 뒤 매상에 잡히지만 업주의 지시에 따라 장부에 기록되지 않는다”며 “경찰의 단속에 대비하기 위해 근거자료를 일절 남기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성매매 여성 1명당 월 평균 매출은 1000~1200만원선. 500~600만원은 업주의 몫으로 돌아가고 나면 나머지 금액은 이들의 몫이어야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고도 말했다.

    “그 사람들 정말 나쁜 사람들이에요. 우리는 돈 벌어주는 상품으로 보고 사람 취급도 안 해요. 다들 억울해도 참고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어요. 업주한테 받은 선불금을 갚아야 하는데, 밉보이면 일을 못하게 해서 빚이 더 늘어나게 만들거든요.”

    A씨는 ‘매월 기본 지출’이라 적힌 종이 한 장을 건네며 “업주들은 방세와 공동비, 택시비(성구매자들을 실어주는 택시업자들에 주는 수고비)로 75만원을 떼어 간다. 윤활제와 피임기구, 옷 구매비용으로 약 60만원이 다시 떨어져 나가고, 미용실 비용으로 월 20만원을 고정적으로 낸다. ‘긴 밤’, ‘풀타임’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밥값과 술값 월 30~100만원 지출도 성매매 여성들의 몫이다”며 “업주의 생일 선물 등 부정기적으로 나가는 돈을 합치면 한달에 적게는 335만원에서 많게는 460만원이 빠져나간다”고 주장했다.

    A씨는 자신을 비롯한 집결지 성매매 여성들을 더욱 괴롭혔던 것은 ‘인권유린’이었다고도 말하며 눈물을 삼키기도 했다.

    그는 “방안에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운 겨울에도 보일러를 틀어주지 않고 일을 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야 이 X아, 야 XXX아’ 같은 욕설, 이유도 모르는 폭행은 예사라 견디다 못해 그만두겠다고 말한 뒤 두달 여를 안 나갔더니 ‘장사 말아먹을 일 있느냐’고 했다”며 “그러고선 선불금을 다시 내어준 뒤 두달간 일을 못한 걸 먼저 떼어간다며 300만원은 그 자리에서 가져가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업주가 가게를 접고 남은 빚을 빌미로 친동생이 운영하는 집결지 내 다른 업소로 옮기라고 지시하고 거부하자 빚을 안 갚으면 아무데도 못 간다며 협박하기도 하고, 모바일 메신저 상태메시지에는 살인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런 실태에 대해 서성동 집결지 업소 관계자는 23일 통화에서 “여성들 모두 자발적으로 이곳으로 와 자신들의 뜻에 따라 자유롭게 일을 하고 있다“며 ”선불금을 주고 일을 시키는 일도 없고, 착취도 없다. 어느 시절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A씨는 10여년 몸담았던 집결지를 지난해 말 뛰쳐나와 실태를 알릴 용기를 냈다고 했다. 그는 그는 올해 초 (사)경남여성회 부설 여성인권상담소의 도움을 받아 올해 초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내 업주 2명을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창원지방검찰청 마산지청에 고소했으며,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이들에 대해 각각 징역2년과 벌금 1000만원을 구형한 상태다. 이들에 대한 추징금은 구형하지 않았다.

    A씨는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관할 경찰서는 마산중부경찰서지만 업주들이 경찰 등 공무원들과 친분이 있는 것처럼 보여 경찰이 업주와의 사이에서 공정한 수사를 할 것이라는 기대와 신뢰가 전혀 없어 검찰에 고소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도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수사하지 않았다고 A씨는 주장했다.

    23일 밤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에서 한 성매매 여성이 의자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성승건 기자/
    23일 밤 창원시 마산합포구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에서 한 성매매 여성이 의자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성승건 기자/

    “작년에도 제가 한달에 1000만원씩 벌어줬고, 그 증거인 장부도 검찰에 제출했어요. 그런데 검찰은 저를 부르거나 압수수색도 하지 않고 수익을 특정할 수 없다며 너무 낮은 처벌을 요구하고 추징금도 구형하지 않았어요. 처음 고소할 때 같이 일하던 친구들이 고소해봤자 별 거 없을 거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았던 거죠. 너무 화가 나요. 꼭 재수사해줬으면 좋겠어요.”

    A씨 변호인은 통화에서 “‘왜 추징이 안 되는 것이냐’ 검찰에 문의하니, ‘계산이 어려워서 추징이 안 된다’는 취지로 답변 받았다”며 “업주들이 성매매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에 견줘 벌금은 ‘껌값’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에 대한 선고 공판은 내달 14일 열린다.

    A씨는 탈 성매매 후 경제적으로 많이 버거운 상황이지만, 마음만큼은 편안하다고 말했다. 재판부에 업주들의 엄벌을 탄원했다고 하는 A씨에게 마지막으로 왜 이들을 고소했는지와 서성동 성매매 집결지 폐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이날 인터뷰의 시작점이 눈물 섞인 답으로 끝에 돌아왔다.

    “집결지가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 이상 업주들은 계속 성매매 여성들을 착취할 게 분명하기에 하루 속히 폐쇄돼야 합니다. 또 업주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진다면 이들은 날개를 달고 더 쉽게 돈을 벌 테고 남아 있는 성매매 여성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거예요. 탈출한 저뿐만 아니라 성매매 종사자들이 인권을 유린당하고 금전적으로도 착취를 당하면서 살아왔지만, 이제는 성매매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처럼 살기를 희망합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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