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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삼학도의 여명- 송신근(수필가)

  • 기사입력 : 2020-09-10 19:5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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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의 목적이 궁극적으로는 자기와의 만남에 있다고 하면, 생각하면서 자기를 재발견하고 나 아닌 나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마음이 아플 때는 치유를 하고 고독할 때는 그것을 떨쳐내고 새로운 내일을 출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돌아와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항구도시 목포를 찾았다.

    어린 시절 2년 남짓 생활한 적이 있는 목포라는 도시는 예나 지금이나 참으로 신비롭고 묘한 시공으로 다가온다. 담양에서 시작해 장성, 광주, 나주, 화순, 무안 땅을 굽이굽이 흘러온 영산강을 품어 안고 있다. 나는 짠물의 도시라고 부른다. 그것은 목포만이 가지고 있는 짱짱한 철심 같은 의기가 있기 때문이다.

    긴 장마의 끝자락에 오르는 유달산은 답답한 가슴속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유달산은 삼학도와 더불어 목포의 상징이자 대표적인 자연경관이다. 녹지공간으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시민들의 관망 장소로도 잘 알려져 있다. 노적봉은 볼 때마다 기묘한 느낌을 준다. 창공에는 고하도에서 유달산을 오가는 해상케이블카가 가볍게 하늘을 가르고 있다. 앞 바다에는 시민들의 꿈이자 미래인 삼학도가 학의 전설을 품고 떠 있다.

    유달산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노래비인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노래의 흐름 속에는 한 개인의 추억과 애달픔, 고뇌뿐 아니라 당시 사회의 표정과 입김이 그려져 있다. 호남사람들의 희로애락과 한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이 노래는 오랜 시간 목포사람들의 생활과 함께했다. 목포사람들의 영혼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무의식적 구조가 되어버린 한은 개인적 차원의 상처가 아니라 사회 제도적 차원에서 비롯된 하나의 아픔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한은 맺히라고 있는 게 아니라 풀리라고 있는 정서이기 때문에 이곳 사람들의 내면 속에서 훌륭한 삶의 에너지로 승화시켜 나가고 있다.

    목포는 예향의 도시라고도 부른다. 그것은 목포를 뿌리로 해서 많은 예술인이 태어났고 그들의 활동이 화려하고 뛰어난 작품들이 풍성하다는 것이다. 화가인 김환기, 남농 허건, 소설가 박화성, 희곡 작가인 차범석, 시인 김지하, 최하림, 소설가 천승세, 평론가 김현, 무용가 이매방, 연극인 김성옥 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시인이자 사상가인 김지하는 60년대 말부터 80년대를 거쳐 새 세기를 맞이하는 동안 펼쳐온 사상과 행동반경은 광대하고 그윽하다.

    선창이 살아야 목포가 산다는 말이 있다. 목포의 항구는 신안군의 비금도, 도초도, 흑산도, 홍도, 가거도 등을 운행하는 여객선과 서남해에서 조업하는 어선들이 드나드는 곳이다. 이른 새벽에 들린 부둣가는 활기가 넘친다. 코로나19의 긴장된 시국임에도 홍도와 흑산도의 빼어난 절경과 섬의 운치를 느끼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목포항 연안여객선 터미널, 이곳은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 속에 즐거움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곳이다. 그리움을 찾아 떠나가는 사람과 고독을 안고 들어오는 사람들 사이에 희비의 쌍곡선이 흐른다. 삶은 떠나보내는 것의 연속이다. 시간은 물길 따라 흐르고 사연은 배에 실려 떠도는 이곳에서 인생의 단면을 바라본다. 삼학도에 여명이 붉게 펼쳐진다. 순간 나도, 저 서해로 유유히 흐르는 목포의 역사도, 눈물도 하나의 풍경이 된다.

    송신근(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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