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6일 (금)
전체메뉴

의료칼럼- 연하장애, 먹는 감동 선물하다

  • 기사입력 : 2017-08-14 07:00:00
  •   
  • 메인이미지
    박민건(창원 희연병원 방사선사)


    “마음껏 먹고 싶다”는 어떤 이에게는 쉽게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간절하고 절박한 말이 될 수도 있다.

    흔히 구강을 통해 음식을 섭취하는 과정은 매우 간단하게 보이지만 연하과정은 구강과 인두근육들의 순차적이고 잘 조화된 수축·이완을 통해 음식물이 구강으로부터 인두와 식도를 거쳐 위까지 도달하는 정교하고 복합적인 과정이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뇌신경과 대뇌반구로부터 조절받으며 이들 중 한 부분이라도 이상이 생기는 경우 연하 곤란을 겪게 된다고 한다.

    “더 이상 음식을 입으로 먹을 수 없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는 어떤 기분이 들까.

    “몸이 불편한 것보다 좋아하는 맥주 한잔 마시지 못한다는 게 더 힘들어요.” 이 말은 연하검사를 시행하면서 한 환자에게 들었던 이야기다. 이처럼 음식을 입으로 섭취하지 못한다는 것은 환자의 자존감과 삶의 질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우울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연하곤란을 겪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서 다양한 연하재활치료와 주기적인 연하검사(VFSS)를 시행한다.

    검사를 시행할 때면 많은 환자들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간절함이 가득하다. 환자의 그런 모습에 담당 주치의를 비롯해 검사에 참여하는 많은 스태프들 또한 환자와 같은 절실한 마음으로 검사에 임한다.

    과거에 비해 연하장애 환자들의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검사 결과에 대한 케이스도 다양해졌다. 기억에 남는 한 환자의 경우 연하검사를 시행하기 전 환자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다른 환자들에 비해 다소 낮은 연령에 의아해했다.

    검사를 준비하면서 환자와 담소를 나눴는데 “연하장애로 인하여 콧줄을 하고 있다”며 “오늘은 꼭 콧줄을 빼고 입으로 밥을 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검사가 시작되었고 긴장을 많이 한 탓인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에 환자뿐만 아니라 함께 검사를 진행한 스태프들 또한 무척이나 안타까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분위기를 느낀 환자가 아무 말 없이 있다가 “콧줄을 다시 해야 하냐?”며 조심스레 물었다. 그 말에서 느껴지는 환자의 간절함이 지켜보는 스태프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콧줄을 제거하고 싶어 하는 환자의 마음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 번 검사를 실행했고, 담당 주치의와 함께 여러 자세를 시도하던 중 입으로 섭취가 가능한 자세를 발견했다.

    치료기간 동안 이 자세로 식사를 한다면 지금 바로 콧줄을 제거할 수 있다는 주치의의 말에 환자는 “감사하다”는 말을 하며 기쁨의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고 참여한 스태프들 모두 뿌듯함과 감동을 느꼈다.

    ‘먹는다’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기본적으로 느끼는 3대 욕구 중 하나로 우리에게 큰 기쁨을 준다. 만약 쉽게 검사를 중단했다면 이 환자는 일정 기간 콧줄을 하며 하루하루를 불편하고 힘들게 보냈을 것이다. 따라서 의료진은 검사하는 매 순간 최선의 노력으로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 내어야 한다. 박민건(창원 희연병원 방사선사)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