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해 훌쩍 지나 시장통 걷는다
그때 그 할머니 지금도 할머니인 채
그때 술잔 내놓는다
그때처럼 주문하면 바로 시장 봐다가
파전 부치고 생선 굽는다
메뉴판도 인정도 그때 그대로
하긴 뭐 이십 년 세월쯤이야
저기 저 밀양상회 할매 어물전 오십 년
저기 저 시장식당 할매 국밥집 사십 년
여기저기 더하면 천년도 훌쩍이라지
허기진 가슴들이여 이리로 오시라
먼저 가신 어매아배 장마당 나와 있고
흘러간 그때 그대로가 여기 있으니
☞ 시장, 더 거슬러 올라가면 ‘장’이란 말이 있었을 뿐인데, 요즘은 전통이란 단어를 붙여 전통시장이란 말이 쓰이고 있습니다. 이 말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분명히 신조어는 아닐 진데 좀은 어색한 어감이 묻어납니다. 다만 사회가 자꾸 발달하고 시장구조도 빠르게 바뀌었다는 걸 부인하진 않겠습니다.
주택의 형태가 바뀌면서 생겨난 상가와 빌딩, 따라서 늘어나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식품코너에는 잘 차려진 차림새로 손님들의 구매 욕구를 한층 부추기기 때문인 점도 잘 압니다. 하지만 물건 사는데 정감이 담겨 있기나 하나, 하나라도 더 얹어 주는 덤이나 깎아주는 맛이 있기나 합니까. 그 매끈함에는 인정이라곤 아무리 찾으려도 해도 보이질 않습니다.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고증식 시인의 말을 빌려오면 메뉴판도, 인정도 그때 그대로인 시장통에서 국밥 한 그릇을 뚝딱 먹고는 어물전에서 고등어 한 손이라도 사서 집으로 들어가면 어떨까 싶습니다. 굳이 차를 타고 나가서까지 사기보다는, 집 가까이에 있는 시장에서 곧이어 명절도 돌아오는데, 마른 제수(제사용품)도 일찌감치 눈여겨봐 두고, 이웃이나 친지들에게 돌릴 작은 선물도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정이경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