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송- 정수자(시조 시인)
- 기사입력 : 2012-11-0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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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말이나 수사 따위 버린 지 오래인 듯
뼛속까지 곧게 섰는 서슬 푸른 직립들
하늘의 깊이를 잴 뿐 곁을 두지 않는다
꽃다발 같은 것은 너럭바위나 받는 것
눈꽃 그 가벼움의 무거움을 안 뒤부터
설봉의 흰 이마들과 오직 깊게 마주설 뿐
조락 이후 충천하는 개골의 결기 같은
팔을 다 잘라낸 후 건져 올린 골법 같은
붉은 저! 금강 직필들! 허공이 움찔 솟는다
정수자 시집 <허공 우물>에서
☞ 나무야, 나무야, ‘뼛속까지 곧게 섰는 서슬 푸른’ 나무야. 그대의 강직한 품새는 하늘의 깊이와 이치를 터득하기 위한 의지로 충만하구나.
소나무의 제왕으로 불리는 금강송, 살아 천 년, 죽어서도 천 년을 간다는 나무. 예로부터 우수한 목재로 인정받아온 금강송은 조락 이후 충천하는 개골의 결기로 무장한다. 이제 금강송은 그 자체로 허공을 움찔 떨리게 하는 금강 직필의 문자가 된다.
나무야, 나무야, ‘설봉의 흰 이마들과 오직 깊게 마주’서는 나무야. 그대 속에 흐르는 피가, 금강 직필의 문자가 바로 시조로구나. 금강송의 결기가 시조 미학의 형식이고 음률이구나. -김진희(시조시인)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