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레옥잠이 핀다- 손영희 1그 여자, 한 번도 수태하지 못한 여자한 번도 가슴을 내놓은 적 없는 여자탕에서, 돌아앉아 오래음부만 씻는 여자어디로 난 길을 더듬어 왔을까등을 밀면 남루한 길 하나가 밀려온다복지원 마당을 서성이는뼈와 가죽뿐인 시간들2부레옥잠이 꽃대를 밀어 올리는 아침물 속의 여자가 여행을 떠난다보송한 가슴을 가진 여...2014-05-08 11:00:00
- 봄날- 하순희생각하면 젖어오는 서러운 그대 이름꽃보다 더 아름다운 가로수 잎길 걸으며안으로 젖어서 운다푸르게 흔들리며어느 먼 시간 건너만나질 인연이기움트는 나뭇잎처럼수수꽃다리 보랏빛 등처럼이리도 애절한거냐이리도 아픈거냐☞ 인연은 먼 시간 먼 길 돌아와도 만나면 좋겠다. 쉽게 떠나보내지 못하고 남겨지는 시간만큼...2014-05-01 11:00:00
- 봄 비벼먹기- 황시은어제 오후손 전화기로 체포해 온 봄을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허기진 뇌 속으로 송두리째 밀어넣는 모습이지어미를 꼭 닮았다고맙다는 생각 한 스푼,얼른 뜨거운 쌀밥을 지어야지지상의 모든 꽃잎을 남편이 따 오기로 했다흐르는 지하수에 꽃잎 한소쿠리 씻어내는 사이황사를 지나온 아이들 허기가 질 것이다체하지 않...2014-04-24 11:00:00
- 민들레- 김명희 너도 길바닥에 나앉았구나이 빠진 청춘과샛노란 추억의 갈림길에서구름 한 장 끌어다 덮고용케도 참고 있구나보도블록 틈새라도등때기 붙일 수 있어행복하다 고개 끄덕이지만흘러간 어둠과 눈물헛발로 맴돌지 않도록뿌리째 신경통 않는무릎 사이하얗게 흔들리는봄볕이여☞ 시인은요 작은 것에도 감동하고 행복을 느끼는...2014-04-17 11:00:00
- 모시조개탕- 장진화시장에 다녀오신 어머니모시조개탕을 끓이신다식탁에 앉아 기다리는데내 뱃속도납작냄비 속도달그락달그락드디어 완성!뚜껑을 열자조개들이 나보다 먼저입을 쫙 벌리고맛있겠다와글다글 와글다글☞ 시인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데요. 가끔씩 김장김치 자랑 된장국 자랑 어머니 손맛 자랑을 하는데요. 제대로 된 모시조...2014-04-10 11:00:00
- 희망근로- 김주경 시청 앞 잔디광장에 희망꽃이 피었다속도전에 숨이 가쁜 로터리 한가운데온 몸을 풀 더미에 묻은 정중동의 꽃무리바닥에서 바닥으로 주소를 옮겨가며도시의 환부마다 까무룩 엎드리던저들의 거친 손끝에서 도시는 완성된다토끼풀 애기똥풀 언제 뽑힐지 모르는시한부 이름들이 스크럼 짜고 앉아희망을 돋을새김 한다 꽃,...2014-04-03 11:00:00
- 그림자의 농도- 천융희호수를 긋고 가는 아침 여덟시벤치에 걸쳐진 한 사내가그늘 속 제 그림자 위로 긴 숨을 토해낸다어깨에 매달려 떠도는 가방 속,민망하게 구겨진 하루치 노동과가파른 계단 끝에 걸린 퀭한 살림들수면에 흩어져 가물거리고돌에 눌러 절인깻잎 몇 장 진설한 채새까맣게 탄 목구멍을 흘러내리던 낮술이일회용 컵에 거꾸로 ...2014-03-27 11:00:00
- 취업일기- 옥영숙스펙으로 무장하고정규직을 구하던아들은 스물네 번의 고배에 고개 꺾여청춘은 감춰둔 죄 하나 들킨 듯 모로 누웠다살과 뼈에 속속들이 땀과 눈물을 섞어시장에 내다 팔자기소개서에 옷을 입혀떨이요,떨이를 외치는목젖이 부어올랐다그저 한번 훑어본 후흑백이 구별되고삭제되는 이력 앞에눈을 비비고 비비며전송된합격...2014-03-20 11:00:00
- 진진(辰辰)- 김유경내 이름은 진진. 흰 별이 두개. 가문비나무 위에 총총 떴지. 여름에 잘 보이고 겨울엔 더 잘 보였어. 잎이 다 떨어진 싸리 빗자루 같은 나뭇가지. 까만 밤하늘에서 둥치 쪽으로 별을 쓸어 담았지. 쓱쓱 싹싹. 할아버지 귀에는 하늘의 소리까지 들렸어. 진, 진진. 한 글자의 반복. 그건 다른 것으로는 채워질 수 없는 갈...2014-03-13 11:00:00
- 병산우체국- 서일옥이름 곱고 담도 낮은 병산 우체국은해변 길 걸어서 탱자 울을 지나서꼭 전할 비밀 생기면몰래 문 열고 싶은 곳어제는 봄비 내리고 바람 살푼 불더니햇살 받은 우체통이 칸나처럼 피어 있다누구의 애틋한 사연이저 속에서 익고 있을까 ☞ 시인은 오래전 담 낮은 병산우체국 앞 지나온 적 있었네. 무엇이 그녀의 바쁜 발을...2014-03-06 11:00:00
- 온더록스- 김 루온더록스 *네 슬픔이 긍정이란 말은 삼가 줄래 검은 타이 깊게 조여 전율하는 감정까지 지배하려는 건 죄악이야밤이 시리다는 표정으로 너를 찾지는 않아 비둘기의 입술이 우스꽝스러워 장엄하게 비상하지 못할 거라는 편견,너의 연미복을 강요할 때 난 미친 듯이 마시지오랜 시간 침묵을 들이키다 보면 틈이 없는 검은...2014-02-27 11:00:00
- 바람의 변명- 김석선강물을 흔들던 바람은떠나는 이유가 강물 탓이란다흔들어도 흔들어도 얼굴만 찡그릴 뿐마음 열지 않는 저 강물 탓이란다계절 몇 개를 끌고 다니다막다른 골목마다 내팽개쳐 놓고도더 이상 어쩔 수 없었단다기억도 사라지고 추억도 사라지고이제는 처음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돌아갈 길을 잃어버린 바람은이게 모두 강물...2014-02-20 11:00:00
- 벽속의 귀- 이경숙벽속의 귀- 이경숙마음이 울퉁불퉁한 날은 자꾸 귀가 벽 쪽으로 자란다.소리를 담으려는 귀가 벽을 뚫으려는 것인지,귓바퀴를 둥글게 세워 벽의 아랫부분을 뚫으려 애를 쓴다.한 쪽 귀가 몸통보다 커질 무렵 소리가 벽으로 선다.벽을 뚫으려 애쓰는 소리와,소리를 담으려는 벽과,벽을 뚫으려 자라는 귀의 삼각관계.방의 ...2014-02-13 11:00:00
- 출근- 김하경 나는 밥벌이를 간다 차창에 금방 씻고 나온 해가 뜬다 저 산봉우리와 봉우리가 새색시 젖무덤이다 능선에 걸친 해는 젖꼭지라 하자 둥글둥글한 젖가슴이 잘 차린 내 아침 밥상이다 배밀이 하듯 하루를 기어가는 어린 짐승 얼굴에 묻은 우유 빛 자국이 질펀히 묻었다 밤새 젖주림에 칭얼거렸던 어둠 젖어미 따스한 온기...2014-02-06 11:00:00
- 그림자 나무- 이기영나는 해를 받아먹는 나무지요가지마다 푸른 입 유전자처럼 달려서푸른 혀 내밀고 뜨거운 해를 먹지요해 먹는 나무는 아이를 가지지 못해요태어나지 못하는 아이는뜨거운 처녀막 찢고 새가 되어 날아가지요당신은 달을 받아먹는 그림자지요우듬지마다 달집 지어놓고입술을 새조개처럼 열고눈이 하나씩뿐인 새를 기다리지...2014-01-23 11: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