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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02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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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학교사회에서 정감이 사라지면

  • 기사입력 : 2007-10-10 09: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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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로등을 가장 먼저 시작한 이는 프랭클린이라고 한다. 캄캄한 밤 집 밖에 등 하나를 내다 걸었던 것이 가로등의 시작이었고. 한 사람씩 자기 집 앞에도 등불을 켜서 달아 놓기 시작했다. 그것이 온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가로등으로 퍼져 나가게 된 것이다. 프랭클린은 가로등을 만들기 위해 사람을 설득하거나 광고도 하지 않았다. 아무 말 없이 자기 집에 등불 하나를 내걸었을 뿐이지만 소중한 결과를 가져 왔다.

    내 평생을 거의 학교에서 생활해온 경험으로서 어떤 학교가 좋은 학교였고. 어떤 학교가 덜 좋은 학교였는지 되돌아보면 풍광이 수려하거나 교통이 편했던 곳보다는 학생들과 추억이 많았던 곳이 먼저 떠오른다. 그보다 더 오랜 기억으로 남는 곳은 역시 좋은 선생님과 만나 도타운 인간관계를 맺었던 곳이 아닌가 싶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은 항상 진리가 아니던가. 젊은 날 시골학교에 근무하면서도 밤늦도록 교무실에 남아 교육과 사랑을 이야기하던 선생님들과의 오랜 만남. 거기서 얻은 사람의 향기와 넉넉한 눈빛들이 없었다면 어찌 지나온 교직생활이 아름다웠다고 회상할 수 있겠는가.

    세상 탓이라고 해야 할까. 시대가 변한걸까. 지금 우리의 교단은 인간적인 정과 유대는 찾아보기 힘들고 그저 기계적인 일상의 틀 속에서 모래알 같은 구성원들끼리 삭막하기만 하다. 교무실의 분위기도 언제부터인가 인간적인 관계가 사무적인 쪽으로 급속히 변해가다 보니 고단한 삶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직장에 대한 애착심마저 시들게 한다.

    아침에 출근하자 마자 컴퓨터 앞에서 자기만의 일에 열중인 선생님들. 다들 너무 진지해 말을 걸기도 미안스러워 할말이 있어도 그냥 지나쳐 버린다. 사람을 길러내는 가장 인간적인 삶의 마당인 학교 사회마저 점차 대화가 사라지고 상호 유대관계가 소홀해 진다면 이는 결국 개인의 불행일 뿐더러 우리 교육의 진정성마저 위협하게 된다.

    학교사회가 정감있는 조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길은 선생님 한분 한분이 달라지는 길밖에 없다. 정부나 정책이 변화시킬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벌금이나 상금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닐 것이다. 학교사회에서 예전처럼 인간적인 정이 듬뿍 담긴 교단일수록 교육에 더 열정을 쏟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학규(고성 철성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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