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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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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하느님 나라의 임금계산법 / 전창현

  • 기사입력 : 2007-09-06 09: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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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민주노총은 이랜드기업의 비정규직 대량 해고문제로 연일 이랜드. 뉴코아. 홈에버 제품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있고. 또 매장앞 집회. 대시민 선전전 등으로 이랜드기업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랜드 기업은 민주노총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제기와 고소고발. 직원과 점주들을 이용한 사제 데모 등으로 민주노총과 팽팽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랜드기업의 회장은 기독교 신자로서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십일조로 작년에 130억원의 교회헌금을 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랜드기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데 드는 비용은 90억원만 있으면 된다고 합니다.
    탈레반 인질문제로 한국기독교가 궁지에 몰려있는 이유(공격적이고 배타적인 선교방식의 문제)가 있듯이 이랜드 사태의 근간에도 한국기독교의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비정규직 대량 해고사태에 대한 민주노총의 항의에 일부이지만 이랜드 직원 및 점주들은 민주노총을 사탄으로 규정하고 공개석상에서 “민주노총 사탄은 물러가라”고 외치거나. 노동조합원을 사탄으로 취급하는 괴메일이나 괴문자메시지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을 사탄으로 보는 이러한 한국 교회내의 잠재된 일부 흐름들이 이랜드사태에 기여했다고 봅니다. 노동조합이 나쁜 단체라면 헌법에서 보호하고. 노동법을 만들어 보호할리가 없습니다. 노동자가 기업주에 비해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만들어 스스로 자신들의권리를 지키라는 의미에서. 나아가 노동조합을 통해 소수에게 집중되는 이윤을 다수의 노동자들에게 많이 분배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법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마태오복음서에서 예수님께서는 포도원 일꾼과 품삯의 비유에서 하느님 나라의 임금계산법을 말씀하셨습니다. 포도원 주인이 일꾼을 얻기 위해 이른 아침에 나가 하루 일당을 1데나리온으로 근로계약을 하고 일을 시켰고. 아침 9시에 다시 나가 일없는 일꾼에게 일한만큼 일당을 주기로 하고 일을 시키고. 다시 12시와 오후 3시. 오후 5시에 각각 일없는 일꾼들에게 일한만큼 일당을 주기로 하고 일을시켰고. 일을 모두 마친 후 일을 늦게 시작한 사람이나 정상적으로 한 사람 모두에게 1데나리온의 일당을 지급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에서는 일의 양에 상관없이.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 상관없이 모두가 먹고 입고 살 만큼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또. 마태오복음서 23장23절에서 예수님께서는 십일조를 바치라는 율법은 지키면서 정의와 자비와 신의와 같은 아주 중요한 율법은 대수롭게 여기는 율법학자와 바리사이 사람들에 대해 질타를 하고 있습니다.

    십일조라는 율법은 철저히 지키면서. 예수님이 복음으로 전파한 하느님 나라의 포도원 경영방식에 대해서는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철저히 외면하는 그런 기독교 신자들이 되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십일조만 지키라고 강조하고 정의와 신의와 자비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그런 교회가 되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이제는 교회가 나서서 비정규직 문제에 있어 교회내 뿐만 아니라 교회 신자들의 잘못된 비정규직 노동관에 대해 회개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국교회도 한국사회를 구성하는 일원이기 때문에 사회문제로 대두되어 있는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야 하는 것입니다.
    배타적인 복음이 아니라 모두가 하느님의 백성이라는 관점에서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의 육체가 구원받고. 영혼이 구원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는 한국교회를 보고 싶습니다.

    전창현(민주노총경남지역본부 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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