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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6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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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칼럼-産中無日曆 春來草自靑(산중무일력 춘래초자청)

  • 기사입력 : 2006-04-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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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사람의 시구에 산중무일력 (山中無日曆) 춘래초자청(春來草自靑)이란 말이 있는데. 그 뜻이 무척 한가롭다.

      “산중에는 달력이 없는데도 봄이 오니 풀이 저절로 푸르다”는 이 말은 시간관념에 쫓기지 않고 자연을 벗삼아 계절의 정서를 느꼈던 옛날 산거인(山居人)들의 생활 가풍을 이 산승은 그리워 한다.

      모든 것이 바쁘게 돌아 가면서 냄비 속 물처럼 끓고 있는 오늘날의 세태를 생각하며 옛 분들의 삶을 그린다.

      어느 날. 부처님이 제자들을 데리고 설법을 하러 가는 길이었다.

      도중에 길가에 버려진 봉지 조각을 보고. 저것이 무엇에 쓰는 봉지냐고 물었다.

      한 제자가 얼른 집어 냄새를 맡으니 향내가 났다.

      “이 봉지는 향을 쌌던 것입니다. 향내가 나고 있습니다.”

      얼마를 더 간 뒤에 이번에는 길가에 새끼 토막이 버려져 있었다.

      부처님은 또 저 새끼 토막은 무엇에 썼던 것이냐고 물었다.

      제자가 아까처럼 냄새를 맡아보니 썩은 생선 비린내가 나고 있었다.

      “이것은 생선을 묶었던 것입니다.”

      이때 부처님은 제자들의 걸음을 멈추게 하고 조용히 말씀하셨다.

      “착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향을 쌌던 봉지처럼 인간성의 향기가 있게 되고. 악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썩은 생선을 묶었던 새끼처럼 인간성의 악취가 있게 된다.”

      오늘날 사회의 흐름 속에서 새삼스레 선악을 논한다는 것은 상투적인 낡은 관념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시대 이 사회 속에서 인간의 상호 관계에 무엇이 진정 필요한가 하면 그것은 인격적 유대 속에서 우러나는 인간성의 향기다.

      꽃이 향기가 있어야 하듯이. 인간 사회도 사람들의 향기가 있어야 한다.

      생존 경쟁의 치열함 속에서 이기적 욕망이 난무하여 투쟁심만 고조되는 오늘의 사회 분위기가 걱정스럽다.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자애스런 얼굴로 남의 입장을 내 입장처럼 생각하고 악착스러움보다 좀 더 큰 마음으로 자신의 정신 공간을 넓게 쓸 때. 인간성이 풍부해지며 사회의 분위기가 한층 더 밝아질 것이다.(효천스님 남해 화방사 주지·경남불교사회복지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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