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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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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 에세이] 별 이야기- 손국복(시인)

  • 기사입력 : 2024-04-11 19:2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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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절이 바뀌는 밤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빛나고 있다.

    봄밤의 대환상곡선 목동자리 아르크투루스, 처녀자리 스피카, 사자자리 데네볼라가 벚꽃 흐드러진 봄밤을 우아하게 수놓고 있다. 여름밤 하늘에는 푸른 은하수 사이로 우리에게 친숙한 견우, 직녀, 데네브 세 일등성별이 잠 못 드는 여름 더위를 식혀 준다. 가을밤 하늘에는 날개 단 말의 형상 페가수스와 저 멀리 물고기자리 포말하우트가 외롭게 가을밤을 지키고 섰다. 뭐니 뭐니 해도 겨울 밤하늘 별자리의 꽃은 오리온좌다. 비운의 왕자 오리온 삼태성을 중심으로 붉고 큰 베텔게우스, 리겔, 그리고 가장 빛나고 힘찬 풍요의 상징 시리우스, 작은개자리 프로키온, 쌍둥이 프록스, 카펠라, 알데바란 등 일곱 개의 큰 별들이 다이아몬드 형태로 차가운 겨울밤을 따뜻이 감싸면서 우리 인간 세상을 보듬어 주고 있다. 이 별들의 세상에 눈 맞추고 별들이 전하는 우주의 메시지를 전해 듣고 있노라면 찌들고 어설픈 나의 일상이 거짓말같이 맑아지고 환해지는 것을 체험한다. 거의 매일 밤 보고 듣고 느끼는 오감의 체험을 시의 언어로 기록해 보는 것이 나의 일상이 되었고 ‘보이저 통신’이라는 제호의 완성된 시집을 준비 중이다.

    요즈음 수많은 시인들의 작품이 한결같이 풍경예찬이나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에 매달려 똑 같은 서정성만 나열된 탓에 천편일률적이고 식상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에 있어 서정의 세계를 다루는 것이 잘못이거나 틀렸다는 말이 아니라 대부분의 작품들이 비슷한 목소리나 복사된 표현으로 숙고 없이 그저 편하게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된다. 나 역시도 작품의 대다수가 서정성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독특한 소재를 찾고 대상을 보는 시각이 평이한 서정성에 매몰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마치 어린왕자가 새로운 별을 찾아 길을 나서듯 도전과 모험의 자세로 무장하여 끝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시의 하늘을 향해 매일 밤 우주선에 탑승한다.

    창백한 푸른 한 점 지구별에 사는 우리 인간은 음악과 시, 영화나 그림 등 예술세계를 통해 훼손된 영혼이 치유받기를 원한다. 나의 영혼은 어느 별에 가서 위안받을까?

    아무도 모른다. 저 우주의 깊이를. 생성과 팽창, 소멸과 재탄생 모두가 신비다. 내가 알고 있다는 얕은 과학, 인문학적 사실이 완벽한 착각이라는 전제하에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는 얇은 감각과 인지를 총동원하여 살아 있는 동안의 세상, 별, 사람 이야기를 무변광대 우주를 항해하고 있는 보이저호가 보내온 통신과 별들의 숨은 이야기를 시로 담아내고 싶다.

    손바닥에 모래 한 알 올려놓고 세상의 이치니 우주의 원리니 아는 체 까부는 내가 가소롭기도 하지만 어쩌랴. 사막을 건너고 피안에 닿으려면 걷지 않고는 무슨 답이 있으랴. 시는 어차피 비유와 상징의 판타지가 아니던가.

    별 찾는 어린 왕자가 되어.

    손국복(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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