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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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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는 누가 키우나- 이창하(시인·문학평론가)

  • 기사입력 : 2024-03-31 20: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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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년 동안 윤석열 정부는 거대 야당으로부터 발목이 잡혀 국정 수행에 있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정부 관계자들이 초조함을 느낀 것일까, 최근 성급한 정부 운영으로 부작용이 심하게 나고 있는 것 같다. 황상무, 이종섭 사태에 대해서는 정치적 사안인지라 일개 서생의 입장인 필자로서는 특별히 말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다만, 의대 증원의 문제는 수년 이내 우리나라에 큰 재앙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신문에 중국에 이어 미국과 일본에서 K-반도체 두뇌를 빼간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우리 사회에서 기술 인력에 대한 홀대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 그래서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주변국의 유혹에 쉽게 빠지게 되는 것일 것이다. 문제는, 주변국에서는 기술 경쟁력을 위해 추격해 오는데, 우리는 공학 인력이 점차 줄어드는 기형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의대 증원으로 이러한 문제 해결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생각이 든다.

    잘 다니던 직장인이 의사가 되기 위해서 직장을 그만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뉴스도 있다. 그리고 이른바 인스카이(in sky)라는 명문 대학에 다니던 공학도들이 이른바 반수라는 이름으로 의과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한 학과에서 무려 29명이 휴학계를 내었다는 뉴스를 봤다. 젊은 인재들이 어이없이 사라지게 되면 앞으로 주변국과의 경쟁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며 국가 경쟁력 또한 머지않아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생각된다. 실로 국가의 미래를 보면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거점지역의 학생 수 배분 문제도 문제다. 기존에 40명 70명 120명 이렇게 정해져 있던 것은 그 지역의 일정한 인구수에 비례해서 결정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괄적으로 모든 지역에 200명씩 정해 버렸다. 그럼, 인구수가 적은 지역에 졸업한 학생들은 당연히 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인구수가 많은 지역의 학생들이 이곳으로 유학을 왔다가 졸업과 동시에 고향으로 돌아가 버릴 가능성이 크다.

    예로부터 교육은 국가백년지대계라고 했다. 정작 인구가 많다는 서울은 증원이 없고 지방 인구는 줄어드는데 2000명의 의대생을 늘린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생각한다. 결국 지방대를 졸업해도 서울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한 달 만에 사회적 큰 논쟁거리가 되는 정책을 결정한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나라의 정책은 다음 세대에게 어떤 영향이 미칠지도 충분히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번 의대 증원에 대한 역사의 평가가 어떻게 나올지를 충분히 생각해 보라.” 정말 소는 누가 키워야 할지를 생각해 보길 부탁드린다.

    이창하(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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