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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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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나를 좀 봐 주세요- 이상규(편집위원)

  • 기사입력 : 2024-03-31 20: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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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갈까. 우리네 삶은 ‘인정 투쟁’의 연속이다. 인간의 몸짓은 “날 좀 봐줘” “날 좀 보소”와 같은 인정 욕구의 반영이다. 소설가, 영화감독, 연예인들만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건 아니다. 차이는 있을지언정 만인이 그러하다. 매슬로란 학자가 욕구의 층위 맨 꼭대기에 ‘자아실현욕’을 설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돈과 권력, 인기 등 한정된 재화는 인정의 척도이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가장 명료한 인정의 지표다. 현대 사회에서 돈은 능력과 운 이상의 그 무엇을 상징하고 있다. 돈이 많은 사람은 능력과 함께 열정, 지성, 근면의 표상으로 인정받는다. 반면 돈이 없다는 건 안일, 무지, 불성실 등으로 해석된다. 세상에 돈 벌기를 원치 않는 사람이 없고, 가난한 이들도 나름 애를 쓰는데도 자본주의에서 돈이 없다는 건 ‘무능하고 게으르다’는 도덕적 비판까지 감수해야 한다.

    ▼공자는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라고 했지만, 보통 사람은 알아주지 않으면 서운하고 때로는 속이 상한다. 다행히 사람들에게는 일정 부분 나르시시즘이 있다. 누구나 적당히 스스로에게 만족하며 산다. 거울을 보고 자신이 “나름 괜찮게 생겼네”라고 여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나치게 타인의 눈길을 끌고 싶어 튀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요즘 말로 ‘관종’이라고 한다. 관종은 대부분 애교로 봐 넘길 수 있지만, 히틀러나 스탈린 같은 관종은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 오기도 했다.

    ▼사람들은 인정받기를 간절히 원하며 여러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남들에게 특별히 보여 줄 게 없는 사람도 많다. 다들 인정받기를 원하는 마당에, 우리가 남들을 보다 관대하게 바라본다면 세상이 조금 말랑말랑해지지 않을까. 옛 성인은 말했다. ‘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이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이 없으되 내가 잡초가 되기 싫으니 그대를 꽃으로 볼 일이로다.’

    이상규(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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