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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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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금융의 ‘착한 사마리아인’이 필요할 때 - 김정훈(한국은행 경남본부장)

  • 기사입력 : 2024-03-10 20: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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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년 이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0.50%에서 3.50%로 인상됨에 따라 시장금리뿐만 아니라 예금은행의 대출금리도 큰 폭 상승하였다. 고물가에 대응한 한국은행의 통화긴축 기조는 국가 경제 전반에 바람직하나 일부 경제주체에게는 고금리로 인해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의 대출금리 상승효과가 본격화된 지난해부터 기업들이 경영상의 애로사항으로 자금조달 어려움을 호소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제조업 자금사정BSI를 보면 2021년 월평균 기준 87에서 2023년에는 80으로 악화되었으며, 경남지역 제조업 및 비제조업체들도 경영상 애로사항으로 자금부족을 꼽은 비중이 2021년 월평균 기준 각각 8.3%, 9.4%에서 2023년 각각 8.6%, 10.9%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자금조달 애로는 대기업보다 신용도, 자본 등에서 불리한 중소기업에게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예금은행의 중소기업에 대한 연도별 대출공급을 보면 대출총량은 늘어나고 있으나, 기업대출 중 중소기업 비중이 2023년 중 58.0%로 2010~2020년 연평균(72.4%)을 상당폭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인상이 본격화된 2022년부터 예금은행들이 대기업 중심으로 대출 공급을 확대하면서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공급이 축소된 것이다. 이는 대기업들이 금리가 크게 상승한 회사채 발행보다 대출을 늘렸고, 예금은행들도 대기업 위주의 영업을 확대한 데 기인한다.

    다행히 경기 측면에서 보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에서는 글로벌 통화긴축 전환 가능성, IT경기 개선, 주요국의 신성장 산업 및 공급망 재배치 관련 투자 증가 등에 힙입어 GDP성장률이 수출을 중심으로 전년(1.4%)보다 높은 2.1%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경기가 IT 등 일부 업종 중심으로 회복되고, 내수 경기는 개선 흐름이 더디다 보니 많은 중소기업들이 업황이나 자금사정이 나아지는 것을 체감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통화긴축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공급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가 완만해지면서 미 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인하시기가 시장 기대보다 늦어질 수 있어 고금리 지속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에 대한 선별적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이는 우리나라 중소기업 비중이 2021년 기준 기업수로는 99.9%, 종사자수로는 80.9%를 차지하고 있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기관들도 일시적으로 자금조달 애로를 겪는 취약 중소기업이 현재의 고비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착한 사마리아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으로서는 고금리에다 그간 늘어난 대출 규모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유의할 필요가 있으나, 어려운 시기에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공급을 위축시키는 것은 ‘비 올 때 우산 뺏기’와 같은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좀비기업 등에 지원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도 다해야 한다.

    한국은행 경남본부도 이에 적극 동참해 기존에 운용하던 중소기업 지원자금 외에 지난 2월부터 중·저신용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시 특별지원자금(6314억원)을 추가 공급하고 있다. 아울러 유관기관 간 정책 연계를 통해 중소기업 지원의 효과성 제고에도 노력하고 있다. 경남의 위기징후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선제적 자금공급을 위해 경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과, 고금리에 취약한 중소기업의 금융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경남신용보증재단, 경남 및 농협은행과 업무협약을 맺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경남 소재 금융기관들도 경남 경제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우산을 들어주는 ‘착한 사마리아인’ 역할에 적극 나서 주기를 기대해 본다.

    김정훈 (한국은행 경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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