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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마산항에 비가 내린다- 주임환(3·15의거기념사업회 회장)

  • 기사입력 : 2024-03-06 19: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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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도 일본을 침공한 적이 있었다. 고려 충렬왕 때 여몽 연합군은 일본을 두 차례나 침공했다. 대마도와 나가사키현 이키섬을 점령하고 규슈 지역을 공략했다. 대마도에서는 성주와 사무라이가 전멸하고 후쿠오카에서도 수많은 일본군과 주민들이 죽거나 쓰러졌다. 예기치 않은 태풍으로 철수했지만 일본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조선 세종 때 또다시 대마도를 정벌했다. 창원시청 앞 대로에 동상이 세워진 창원 출신 최윤덕 장상은 직접 이 정벌군을 이끌었다.

    고려와 조선조에 일본을 향한 정벌군이 출정한 곳은 모두 합포만으로 지금의 마산만이다. 고려 충렬왕은 직접 합포에 내려와 두 달간이나 머물렀다. 병선 900척에 4만의 대군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당시 군인들이 식수로 마셨던 몽고정이 있고 지역의 이름을 마산(馬山)이라 칭한 것도 무학산 기슭에서 군마를 많이 키운데서 비롯되었다. 6·25전쟁 때에는 거침없이 남진하던 북한 정예군을 마산 진동전투에서 격퇴해 북진의 교두보가 되었다.

    1960년 자유당의 영구집권 음모를 분쇄한 민주혁명의 발상지도 마산이다. 3인조 9인조 공개투표, 4할 사전투표 등 상상을 초월하는 부정선거에 분노한 15만 전 시민이 피흘리며 궐기한 3·15의거야말로 대한민국 유혈민주화운동의 효시이며 불멸의 함성이다. 부마항쟁으로 장기독재의 쇠사슬을 끊어낸 곳이다. 세계사를 보더라도 민주의 역사를 부흥시킨 곳은 대부분 바다를 낀 해양도시다. 사람과 물자와 정보가 드나드는 항구가 창의성과 개방성을 키운 바탕이 된 까닭이다.

    가수 하춘화는 2018년부터 ‘마산항에 비가 내린다’를 불렀다. 그가 노랫말을 짓고 마산에서 소년기를 보낸 이호섭이 곡을 붙인 이 노래는 마산을 그리움의 대상으로 목숨처럼 사랑한 님으로 비유한다.

    그는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줄기차게, 정말 줄기차게 이 노래를 불러 젖혔다. 노란우산을 빙빙 돌리며. 보고 듣는 시민들, 특히 서울의 마산 출향인들은 이 노래에 가슴이 미어진다며 잃어버린 그 이름 ‘마산’을 되새긴다. 또 새봄이 오고 있다. 역사와 그리움의 도시 마산항에 정말 꽃비가 내리길 기다린다.

    주임환(3·15의거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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