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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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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소금(鹽)과 생명- 김제홍(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개발본부장)

  • 기사입력 : 2024-03-05 19:3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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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맛을 내는 것은 무수히 많지만 짠맛을 내는 것은 소금뿐이다. 바닷물이 짠 것은 육지에서 녹은 많은 종류의 미네랄이 빗물을 통해 흘러들어갔지만, 염소(Cl)와 나트륨(Na)은 오랫동안 바닷물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바다로 들어온 황산염(SO4)이나 탄산칼슘(CaCO3) 등은 비교적 빠른 속도로 침전되거나 동물의 뼈나 패각 형성에 사용되지만 염소는 1억 년 정도, 나트륨은 6800만 년 동안 바닷물에 남아 있는다. 우리 선조들은 갯벌을 막아 바닷물을 채워 증발시켜 진한 소금물을 만들고, 이를 가마솥에서 끓여 소금을 만들었는데 이를 ‘자염(煮鹽)’이라고 했다. 지금은 염전에서 바닷물을 증발시켜 만든 천일염을 주로 사용한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광물 형태인 암염이 더 흔하다.

    인간은 소금 없이 살 수 없다. 인간의 몸에는 약 120g의 소금이 혈액과 근육에 녹아 있다.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면 혈압이 상승하지만, 체내에 소금이 모자라면 더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는 혈액의 소금 농도 0.9%에서만 제 역할을 하고, 염소(Cl)는 위산을 만들고 나트륨(Na)은 쓸개즙 등 알칼리성 소화액의 성분이 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트륨이 신경 전달에 필요한 전위차를 발생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인류가 수렵 위주의 생활을 하던 시기에는 고기를 통해 염분을 섭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농경생활이 시작되고 탄수화물 위주로 식단이 바뀌면서 염분을 따로 섭취해야 했다. 따라서 소금이 생산되는 해안, 염호나 암염이 있는 장소는 교역의 중심이 되었다. 수렵민이나 농경민들은 짐승이나 농산물을 소금과 교환하기 위하여 그곳으로 모였다. ‘소금을 만드는 집’을 뜻하는 독일어의 할레(Halle), 할슈타트(Hallstatt), 영어의 위치(-wich)가 붙은 드로이트위치(Droitwich), 낸트위치(Nantwich) 등은 소금과 관련된 지명이다. 과거 불교가 국교인 고려시대에는 도축 금지령으로 육식이 어려웠고, 조선시대에는 먹을 고기가 부족해서 고기를 통한 소금 섭취가 어려웠다. 따라서 고려와 조선을 거치는 동안 소금에 절인 ‘짠맛의 채소 절임’ 식품이 발전되었다. 김치가 그 대표적인 식품이다.

    김제홍(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개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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