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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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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품위 있는 죽음- 이종훈(디지털미디어국장)

  • 기사입력 : 2024-03-03 18:5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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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 과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건강수명이 중요시되고 있다. 생명만 연장하고 있는 중병환자들도 늘어나 오래 사는 것이 더 이상 행복이 아니라는 인식이 깊어지고 있다. 인생의 가치를 양보다 질에 둔다면 충분한 죽음의 나이가 몇 살일지 제각각 생각하는 게 다르겠지만 참을 수 없는 큰 고통을 겪으면서까지 삶을 이어가기보다는 질적으로 높은 삶과 ‘좋은 죽음’을 원할 것이다.

    ▼국내 중증 척수염 환자가 지난해 12월 안락사를 요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안락사 논쟁’이 불붙고 있다. 청구인은 죽을 권리에 대해 제한하는 것이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불치병이나 감당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삶을 마감하게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죽을 권리’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이 문제를 정식으로 심판하기로 하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전 세계적으로도 안락사가 화두가 되고 있다. 최근 에콰도르 최고 법원은 모든 안락사를 살인죄로 처벌하는 형법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고, 정부에 관련 법 개정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드리스 판 아흐트 전 네덜란드 총리 부부는 지난달 93세 일기로 동반 안락사를 택해 화제가 됐다. 북미에서는 미국의 여러 주에서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페인에서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으며 호주의 몇 개 주들과 뉴질랜드도 안락사를 합법화했다.

    ▼우리나라는 안락사가 위법이며 죽기 직전까지 가야만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 10명 중 8명은 ‘존엄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안락사 합법화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가 커지고 있다. 안락사를 뜻하는 영어인 ‘유타나시아(euthanasia)’의 어원을 살펴보면 ‘좋다’라는 에우(eu)와 죽음을 뜻하는 타나토스(thanatos)가 결합하여 ‘좋은 죽음’을 뜻한다. 안락사 제도는 여전히 윤리적 딜레마가 존재하지만, 품위 있게 죽을 권리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이종훈(디지털미디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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