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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내로남불- 정민주(정치부 기자)

  • 기사입력 : 2024-02-28 19:2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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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야 모두 오는 4월에 치러질 총선 막바지 공천에 접어들었다. 위성정당을 내세운 거대 양당의 비례대표 선거 준비도 속도를 내고 있다. 비례대표 투표용지의 앞 칸을 확보하기 위해 이른바 ‘현역 의원 빌려주기’도 불사할 모양이다. 국민들이 보기엔 ‘도긴개긴’인데 정당마다 공천과 위성정당을 두고 눈 흘기기를 멈추지 않는다. 매일 쏟아지는 논평과 정치인들의 기사를 종합하면 ‘내로남불’ 일색이다.

    ▼얼핏 사자성어와 같이 보이지만 네 글자 중 한자어는 불(不) 한 글자뿐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줄임말로 남이 할 때는 비난하던 행위를 자신이 할 때는 합리화하는 태도를 이르는 말이다. ‘내로남불’이 공식 석상에서 처음 쓰인 건 정치권이다. 신한국당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1996년 15대 총선 직후 여소야대가 된 정국 당시 신한국당이 무소속 의원 등 11명을 영입하자,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에서 신한국당의 ‘의원 빼가기’를 비판했다. 박 전 의장이 “야당의 주장은 내가 바람을 피우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내가 부동산을 하면 투자, 남이 사면 투기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후 내로남불은 정치계 단골 사자성어가 됐다. 최근엔 공천을 두고 거대 양당이 연일 ‘내로남불’을 입에 올린다.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지난 26일 “민주당 시스템 공천 열차 이름은 ‘내로남불’, 출발역은 ‘비리’”라고 겨냥했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이에 앞서 지난 24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최근 민주당의 공천 갈등을 연일 비판하는데 왜 정작 정부와 여당에 대한 물음에는 답하지 못하느냐”며 “내로남불의 극치”라고 쏘아붙였다.

    ▼총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권자에 와닿는 비전이나 정책을 들은 기억이 없다. 상대 정당을 함락시키는 것이 최전선 임무인 것만 같다. 지방소멸 등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젠 ‘내로남불’ 정쟁 대신 ‘솔선수범’ 정책이 필요하다.

    정민주(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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