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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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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소도와 국회- 조윤제(함안의령합천본부장)

  • 기사입력 : 2024-02-21 19: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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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한시대 때 천신에 제사를 지낸 성지를 ‘소도(蘇塗)’라 한다. 삼국지 위서(魏書) 한전(韓傳)을 보면 소도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내용을 보면 그때는 귀신을 믿었기 때문에 국읍(國邑)에서는 각기 한 사람을 뽑아 천신에 대한 제사를 주관하게 했고, 제사를 주관한 사람을 천군(天君)이라 불렀다. 이 천군은 소도에서 제사를 지냈는데, 도망자나 범법자가 소도에 들어가도 쫓아내지 않았다고 한다. 도망자를 내쫓지 않았으니 당시는 도둑질하기를 좋아했다는 기록도 볼 수 있다.

    ▼종교적 성지에서 범법자를 쫓아내지 않았다는 기록은 우리나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범죄를 저지른 명백한 죄수라도 신전에 들어가면 함부로 끌어내지 못했다고 한다. 또 중세 도시의 교회와 묘지에도 이와 비슷한 풍습이 있었다. 교회 입구에 달려 있는 쇠고리를 잡고 있으면 도둑이라도 체포하지 못했고, 신성하게 여겨온 묘지에는 아무나 함부로 들어가지 못했기에 범법자들의 은신처가 됐다는 것이다.

    ▼범법자와 각종 혐의자들이 현재 대한민국 정치1번지인 ‘국회’에 숨어 있거나 숨어들려는 시도가 최근 노골화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이미 국회에 들어온 자는 사법적 절차에 따라 시시비비가 조속히 가려져야 하고, 범법에 적합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또 다른 범죄자 또는 그 혐의자들이 이번 4월 총선을 통해 마치 소도가 된 듯한 국회로 새로 진입하려는 시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소도든, 신전이든 범법자들이 그 곳에서는 쫓아내지 않는 풍습은 당시 ‘제정(祭政)’이 철저히 분리돼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성지에 공권력이 미치지 못했다는 것은 공권력자가 종교를 장악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요즘 국가 권력과 정부가 국회에 끌려다니는 모습과 비슷하다. 국회로 숨어들려는 범법자와 그 혐의자를 쫓아낼지 말지는 이제 국민들의 몫이 됐다.

    조윤제(함안의령합천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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