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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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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멀티태스킹의 함정- 강지현(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24-02-15 19: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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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어단어를 외우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고, 스피커폰으로 친구와 대화하며 숙제를 하고, 휴대폰 게임을 하면서 티비를 본다. 멀티력(multi+力,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능력) 만렙(滿+Level, 최대 레벨)인 요즘 아이들 모습이다. 어른이라고 다르지 않다. 운전하면서 전화통화를 하고, 설거지하며 유튜브를 시청한다. 컴퓨터에 여러 개의 창을 띄워놓고 업무를 처리하면서 SNS를 확인하고 음악도 듣는다.

    ▼과거엔 일 년, 한 달, 하루 단위로 사회가 변했다면 요즘 세상은 분, 초 단위로 바뀐다. 분초사회에서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는 필수다. 시간이 돈보다 중요한 시대다. 때문에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하는 건 왠지 비효율적이고 시대에 뒤처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멀티태스킹(multitasking)하는 사람이 ‘일잘러’(일 잘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이유다. 한정된 시간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시간을 살뜰히 쓰는 느낌이 들고, 자기 효능감도 높다.

    ▼그러나 대니얼 J. 레비틴이 쓴 ‘정리하는 뇌’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하다. 뇌는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지 못한다. 신속하게 이 일 저 일을 번갈아 하는 것일 뿐. 빠른 작업 전환으로 에너지가 소모되면 집중력이 저하되고 실수를 유발해 일의 능률이 떨어진다. 멀티태스킹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증가시키고, 뇌기능 저하와 뇌세포 손상을 초래한다는 연구도 있다. 멀티태스킹은 착각이며 명백히 비효율적이란 얘기다.

    ▼삶도 마찬가지다. 동시에 모든 걸 잘할 순 없다. 아이 양육, 부모 봉양, 직장 생활, 집안일, 취미 활동, 일과 휴식.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지만, 한꺼번에 다, 그것도 모자람 없이 잘 해내려는 건 욕심일 뿐이다. 지금 이 순간, 오늘, 나아가 이번 주, 이번 달엔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에 노력을 쏟을지 고민할 일이다. 우리 몸은 여러 개가 아니라 하나이고, 우리 뇌는 멀티태스킹이 아닌 모노태스킹에 최적화되어 있으니까.

    강지현(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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