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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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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고객님, 좋은 후보가 있어 추천드립니다”- 배현주(마산대학교 안경광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4-02-13 19:3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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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객님’으로 시작되는 각종 보험 및 대출 권유, 휴대폰 교체 등 시간과 요일을 가리지 않고 울리는 광고 전화와 문자는 우리의 평온한 일상을 방해하는 휴대폰 공해이다. 더불어 총선을 두 달여 앞둔 지금은 전화와 문자폭탄으로 유권자들이 ‘휴대폰 선거공해’에 시달리고 있으며 향후 선거 운동이 본격화되면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여론조사 전화만 수십 통”, “하루 종일 전화가 걸려온다”며 “내 전화번호가 유출된 것 같다. 불안하고 짜증난다” 등의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고 여론조사 차단방법 검색량 또한 엄청나다. 예비후보자들이 여론조사를 빙자한 전화는 물론 문자메시지, SNS를 활용한 무차별 홍보에 열을 올리기 때문이다. 원하지 않는 전화나 문자메시지가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드는 것처럼 짜증나는 일도 드물다. 이런 사태는 여야를 막론하고 여론조사 결과가 총선 공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정 정당에 가입한 적도 없고 예비후보자와의 어떠한 접점도 없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발송인이 누군지도 모를 문자가 하루에도 몇 통씩 내 휴대폰으로 전송되고 있다. 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아보면 지지를 부탁하는 녹음된 메시지가 흘러나온다. 예비후보자나 후보자의 운동원이 직접 전화를 한 것도 아니고 녹음된 음성을 일방적으로 들려주는 것도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그럴 때마다 내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이용되고 있다는 생각에 불쾌한 마음이 든다.

    놀랍게도 선거 전화 및 여론 조사는 불법 개인 정보 유출이 아닌 합법적인 사항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른 여론조사는 여론조사 업체가 지역별로 관할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거쳐 통신사를 통해 가상번호를 받아 실시한다. 각 통신사는 성별·연령별·지역별 비율에 맞춰 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실제와는 다른 번호로 바꿔 제공한다. 이에 따라 정부나 정당, 그리고 방송국 등에서 각 통신사에 리스트를 요청한 후 직접 관여하여 여론을 확인하기도 하는 것이다.

    합법임에도 불구하고 선거 전화 및 여론조사에 대한 유권자의 피로도는 높아 지난 21대 총선 때 신고 접수된 개인정보 침해 사례는 156건, 상담 건수는 1만507건에 이른다. 이런 상황인데도 현행 선거법에 전화번호 수집에 관한 규정이 없고 직접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경우 횟수 제한이 없거나 ARS 홍보 전화는 선관위 신고 없이도 무제한 발송 가능하다는 것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재보궐선거 등 거의 매년 선거가 실시된다. 그때마다 우리는 지지하는 후보와 정당 그리고 국정운영에 대한 만족도에 대한 대답을 강요하는 여론조사와 마구잡이식 유세를 피할 수 없다.

    물론 본인을 알려야 하는 예비후보자의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현역 정치인보다 불리한 정치 신인들은 얼굴을 알리기 위한 방법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방법이 무분별한 홍보 전화와 문자메시지 발송이라면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정치에 대한 혐오까지 불러올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46조에 직접 명시된 국회의원의 역할은 유권자의 의사를 그대로 반영하는 대리인이라 되어 있고,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은 공공연히 국민을 섬기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하고 있다. 선출되기도 전 유권자의 피로도를 높이는 후보자가 과연 당선 후 과연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지역별 정당 선호도에 따라 당선 여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으니 예비후보자들이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홍보에 나서는 상황은 이해가 되지만 홍보에 따른 역효과 또한 크다. 따라서 예비후보자는 유권자의 불만에 귀를 기울여 스스로 자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선거법 개정을 통해 마구잡이식 선거 유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배현주(마산대학교 안경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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