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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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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보육에서 취업까지… 학교 만능 시대라는데- 이현근(사회부 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24-01-31 19: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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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교육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늘봄학교 확대와 유보통합이다.

    늘봄학교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방과 후 오후 1시부터 오후 8시까지 교과연계나 특기적성 등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하면서 휴식과 놀이를 겸하도록 하는 제도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둔 맞벌이 학부모들은 퇴근 전까지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어 마지못해 여러 학원에 보내는 문제가 해결되고, 사교육비 감소와 외부위험에 노출되지 않고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입장이 많다. 교육부는 학부모 83.6%가 늘봄학교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면서 올 2학기부터 모든 초등학교에서 운영하도록 한다고 한다. 반발도 크다. 어린 초등학생들을 저녁 8시까지 온종일 학교에 잡아두는 것은 아이들의 휴식권을 침해하고 가정에서의 양육권을 박탈해 정서발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부모를 일찍 집에 보내는 게 보육이나 교육측면에서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학교는 교육기관이지 보육기관이 아니라는 주장도 한다.

    유보통합은 현재 교육부에서 주관하는 유치원과 복지부에서 주관하는 어린이집으로 이원화돼 있는 것을 교육부 주관으로 관리 체계를 일원화해 0~5세 영유아의 돌봄서비스를 차별 없이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의 재정 규모, 교사 자격 등에 따라 돌봄 환경의 차이가 있었지만 통합을 하면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무 곳이나 아이들을 맡길 수 있다는 취지다.

    필요성에 대한 공감에도 유보통합 논란이 근 30년간 끌어온 이유처럼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지는 않다. 당장 2025년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재정마련을 국가가 책임질지, 지자체에서 부담할지, 교육청 자체예산으로 할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또 유치원교사와 보육교사의 교육과정이 달라 교원자격문제와 양성방안은 어떻게 할지에 대한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혼란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어쨌든 두 제도를 시행하면 학교는 아이들이 태어나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책임지게 된다. 대학까지 확대하면 사실상 학교에서 보육과 교육, 취업까지 간여하게 된다.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또래들과 교류를 통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사회화를 가르치는 전통적 학교의 기능에서 학교가 아이의 일생 전반을 책임지는 만능 기능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하지만 달라진 학교의 위상과 달리 학교 만능시대가 될 준비는 안된 것 같다.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자마자 동네 곳곳마다 늘려있는 사설학원에서 교사가 아닌 학원강사가 가르쳐주는 학습을 한다. 지도층 인사들은 국내 공교육을 믿지 못해 자식들을 해외로 유학 보낸다. 교권과 학생 인권이 부딪히며 교사에 대한 ‘존경’도 학생에 대한 ‘존중’도 사라지고, 교사는 그저 직장인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미 학교는 학습의 중심을 학원에 빼앗겼고, 아이들은 칠판보다 휴대전화와 더 친숙해 친구들과 놀이의 중심이었던 운동장에서 놀지 않는다. 학교를 통해 모든 것을 하라고 하지만 실제 학교는 아이들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게 현실이다.

    국가가 아이들을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다. 학교가 아이들에게 이것도 저것도 다해야 한다면 사회전체가 그만큼 힘을 실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학교 종사자들에 대한 존경과 존중이 우선돼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내 아이를 맡기는 학교나 종사자를 우습게 알면 아이도 우습게 클 수밖에 없다.

    이현근(사회부 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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