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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4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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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경남 국회의원 모두 ‘물갈이’ 한다면-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4-01-24 19:2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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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정치사 영원한 화두인 ‘세대교체론’ 원조 격으로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을 꼽는다. 1969년 11월 신민당 원내총무 김영삼은 1971년 대통령 선거에 나설 당 후보지명 출마를 선언했다. 1929년 1월생인 그의 나이 마흔 때다. 이른바 ‘40대 기수론’이다. 이어 김대중(45세), 이철승(47세)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젊은 돌풍이 일었다. 총재 유진산은 ‘구상유취(口尙乳臭·입에서 젖비린내가 난다)’라며 폄훼했다. 하지만 김대중은 대선 후보 자리를 꿰찼다. 이후 40대 기수론은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키워드로 자리했다.

    50여 년이 지난 22대 총선을 앞두고도 어김없이 세대교체론이 등장했다. 인적쇄신, 속칭 ‘물갈이’다. 현역과 정치신인은 출발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현역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다. 4년 임기 내내 지역구를 누비며 ‘합법적 사전 선거운동’에 열을 올린다. 이 때문에 현역 프리미엄의 일정 부분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요구가 선거 때면 분출한다.

    국민의힘은 득표율에 일정 비율 감점이란 산술적 강제력을 동원했다. 기득권을 사수하려는 자는 자존심을 담보한다. 뺏으려는 자의 가슴엔 희망 섞인 승부욕이 꿈틀댄다. 현역에게 감점보다 살벌한 건 경선 기회조차 박탈하는 ‘공천 배제’(컷오프)다. 정치적 사망 선고다. 국민의힘은 지역구 의원 90명 가운데 7명을 컷오프한다.

    다선에겐 용퇴의 계량 저울을 들이댄다. 동일 지역구 3선 이상은 경선 득표율의 15%를 감산한다. 중진 세대교체가 요체다. 경남에선 박대출(진주갑)·윤영석(양산갑)·조해진(밀양 의령 함안 창녕) 의원이 지목된다. 이들 가운데 교체지수가 하위권이면 감산율을 이중 적용한다. 최대 35% 페널티다. 여당내 동일 지역구 3선 이상은 모두 23명이다. 이 가운데 영남권은 12명이다. 영남·중진의원에 대한 물갈이를 겨냥했다. 조해진은 반발했다. 3선을 배제하면서 재선에게는 공천을 줘서 또다시 3선을 만드는 건 새로운 모순이라고 반문한다. 최근 5년 이내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경우 경선 득표율의 최대 7%를 감산한다. 지난 총선에서 ‘험지’ 출마를 거부하고 고향에서 무소속 당선된 김태호(산청·함양·거창·합천) 의원이 감점 대상이다.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경남 여야 의원 16명을 모두 ‘물갈이’ 한다고 정치개혁이 실현될지는 의문이다. 중진과 신진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는 두루뭉술하고 모호한 태도가 현실적 답변일지 모른다. 초선이라고 딱히 개혁성과 신선함을 무장한 것도 아니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입지자 측으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기는 등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혐의로 법정을 들락거린 패악도 목도했다. 중진 정치력 부재도 간과할 수 없다. 우주항공청특별법 사례가 대표적이다. 경남 다선의원이 국회의장이나 당대표였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 모른다. 특별법 처리를 놓고 1년 가까이 지루한 힘겨루기가 이어졌을까 하는 의구심이 없지 않다.

    정치는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 주는 소명을 부여받았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각 세대마다 나름의 역할이 있다. 그 소임을 다하면 퇴장은 필연이다. 세대교체는 단지 물리적 나이만 기준이 아니다. 새로운 가치와 비전 제시를 의미한다. 과욕을 내려놓는 결단은 스스로에 대한 냉철한 평가에서 비롯한다. 물러날 때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그나마 마지막 자존심과 품위는 지킬 수 있다. 총선이 불과 70여 일 앞이다.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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