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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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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함께경남] ③ 지역 떠나는 여성 청년들

기회, 서울서 Job는다고? 경남서 Job아야지!

  • 기사입력 : 2024-01-15 20: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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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졸업을 한 학기 앞둔 최유진(23·가명)씨는 나고 자란 경남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경남의 한 대학에서 공연예술을 공부하면서 무대감독이란 꿈이 생겼지만, 꿈을 이루기엔 경남은 기회가 적다는 판단에서다. 최씨는 “문화예술 관련 산업이 서울에 치중돼 있다 보니 경남보다 기회가 훨씬 많다”며 “서울에서 일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최씨는 경남 토박이지만 서울로 이주가 낯설거나 두렵진 않다. 그는 “뮤지컬에 관심이 많아 학기 중에도 서울에 가서 뮤지컬 공연을 봤다”며 “창원에는 아무래도 어린이나 중년층들을 타깃으로 한 공연이 많다. 지금은 방학이라 서울에 있는 친언니 집에서 지내면서 공연을 보러 가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의 한 대학에서 영상을 공부한 김지원(27·가명)씨는 지난 2020년 대학 졸업 후 그해 부산에서 첫 직장을 구해 영상 관련 일을 했다. 그는 짧은 직장 생활을 뒤로한 채 2021년 11월부터 현재까지 서울에서 영상 기획·제작 일을 하고 있다. 그는 “경남에도 일자리가 있지만 처우나 환경이 서울을 따라가지 못한다”며 “직업 특성상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경력을 쌓아야 하는데, 아무래도 지방은 한계가 있다 보니 서울로 오게 됐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광고 회사에서 일하는 전희연(32·가명)씨는 김해에서 나고 자라 대학까지 마쳤다. 전씨는 2015년 부산에서 마케터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더 많은 기회를 좇아 서울로 향한 그는 2017년 11월부터 서울의 한 기업에서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전씨는 “직업 특성상 유동 인구가 많고 접근성이 좋은 서울에 있어야 보다 원활히 업무를 할 수 있다”며 “서울에는 직업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경남보다 많은 기회, 좋은 조건,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고 전했다.

    김씨와 전씨는 비교적 낮은 처우와 열악한 정주여건 등을 이유로 경남으로 돌아오길 주저했다. 김씨는 “서울은 사람이 너무 많고 물가도 확실히 더 높다는 걸 체감한다”며 “본가와 가깝기도 하고 괜찮은 처우를 받을 수 있는 일자리가 있으면 솔직히 내려가고 싶지만, 지역에서 일한 경험을 떠올리면 쉽진 않을 거 같다”고 전했다. 전씨도 유년 시절을 보낸 곳이라는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이 크기 때문에 경남에 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내 “실현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경남에는 본인이 원하는 규모의 회사가 없을뿐더러 급여 조건을 맞춰줄 수 있는 회사를 찾기 힘들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작년 유출인구 79%가 20대… 여성 순유출 급증
    경남, 10년간 20대 유출 전국 17개 시도 중 ‘최다’
    여성 비중 감소폭 0.57%p로 남성 0.31%p보다 커


    ◇경남 20대 청년 유출 심각…여성 청년 감소폭 ‘비상’=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경남은 2023년(1~3분기) 23만9241명이 전출하고 22만4685명이 전입해 1만4556명의 인구 순유출이 발생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가 1만1517명으로 전체 유출 인구 중 79.1%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6189명, 여성은 5328명이 순유출됐다.

    이들이 어디로 떠났는지 전입지별로 살펴보면, 서울, 부산, 경기 순으로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간을 넓혀봐도 경남의 20대 인구 유출은 심각한 수준이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전국 17개 시도 중 20대가 가장 많이 순유출된 지역은 경남이다. 10년간 경남에서만 10만5052명이 순유출됐다.

    주목할 점은 20대 남성에 비해 20대 여성이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2023년 발간한 ‘경남 20대 인구 유출에 대한 세부 원인 분석과 대책’ 보고서를 보면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경남 20대 청년인구가 상대적으로 얼마나 감소했고, 빠르게 감소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10년간(2012~2021년) 전국 20대 청년인구 대비 경남 비중 지표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여성 비중 감소폭이 남성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20대 남성 인구 비중은 2012년 6.17%에서 2021년 5.86%로 0.31%p 감소한 데 비해 같은 기간 20대 여성 인구 비중은 5.71%에서 5.14%로 0.57%p 떨어졌다.


    이들은 왜 경남을 떠나는 걸까. 연구원이 지난해 6월 12일부터 16일까지 도내 대학 교수, 취업고용지원센터, 청년센터 근무자 등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문가들은 20대 여성 청년들이 경남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로 일자리(69%)를 꼽았다. 김유현 경남연구원 연구원은 지난 2021년 발간한 ‘경남 청년인구 유출 확대 원인과 일자리 문제 분석’ 보고서에서 “2016~2018년 동안은 남성, 2018년 이후에는 여성의 순유출 증가가 상대적으로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20대 여성 청년의 전출인구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4차 산업 등 선호 직종·인프라 수도권 집중 원인
    경남도 ‘교육청년국’ 나서 구체적 니즈 파악 후
    유의미한 맞춤 정책으로 일자리 문제 해결해야


    ◇20대 여성 청년 대상 실태조사 나서야= 전문가들은 20대 여성 청년 유출을 막기 위해 이들의 구체적인 니즈를 파악하는 실태조사가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여성청년 이주를 주제로 논문을 쓴 장민지(40) 경남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20대 여성청년들이 원하는 4차 산업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된 데 주목했다.

    장 교수는 “경남을 이루고 있는 직장의 구조 자체가 공업도 많이 발달돼 있고, 20대 여성들이 원하는 직종, 4차 산업 중심의 콘텐츠 회사 등이 거의 다 서울에 몰려 있다”며 “지역 여성들이 직장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공무원이 된다거나 공공기관에 취직하는 것 외에는 많지 않다. 자신들의 역량을 펼칠 수 있을 만한 일자리가 결국 경남에서 찾기가 어렵다는 뜻이 된다”고 설명했다. 20대 여성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종 자체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결국 일자리를 찾아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유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는 것이다.

    지방에서 태어나 20대를 서울에서 보낸 장 교수는 “일자리뿐만 아니라 문화 생활 등 인프라가 전부 서울에 집중돼 있다”며 “지금 20대가 누리는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격차가 제가 20대일 때보다 더 심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역 환경이 변하지 않는 이상 청년들은 계속 유출될 수밖에 없다”며 “청년들을 유출되게 만드는 게 무엇이고, 이들이 어떤 것들을 원하고 있는지 먼저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윤소영 경남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도지사 후보들에게 여성 청년들의 유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 질의를 했는데, 현 박완수 도지사도 이를 고려한 정책을 만들어내려고 한다고 답했다”며 “그러나 박완수 도정이 출범한 지 벌써 1년 반이 지났지만, 유의미한 여성청년 정책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해 신설된 경남도 ‘교육청년국’의 역할을 당부했다. 윤 대표는 “교육청년국이라는 부서까지 따로 만든 만큼, 지금 당장 수요 조사를 하고 대책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 전수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태형 기자 t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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