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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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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어머니께 드리는 마지막 편지- 이수석(대한물류산업기계 대표)

  • 기사입력 : 2024-01-07 19: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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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년 12월 11일. 차가운 겨울비가 내리던 아침, 나의 사랑하는 어머니가 저의 곁을 떠나셨다. 영원히 가족과 함께할 것 같던 어머니는 점점 희미해지는 숨소리만 남기신 채, 따뜻한 저의 두 손 안에서 차갑게 식어가던 어머니의 손을 맞잡고 그렇게 어머니를 보내드려야 했다. 몇 년에 걸쳐 경제, 사회 이야기만 써왔던 저는 정작 살아생전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 한 장 쓰지도 못했다. 이렇게나마 뒤늦은 편지를 쓰며 어머니를 기억해 보고자 한다.

    어머니가 병원에 계실 때 병원에서 전화만 와도 가슴을 졸이고 긴장과 두려움이 앞서는 가슴 아픈 시간들을 보냈다. 그러나 그날 새벽 결국 그 전화를 받게 됐고, 병원으로 달려가 임종을 보며 한없는 눈물을 흘렸다. 그날 이후 어머니, 엄마라는 소리만 귓가에 들려도 어머니 생각에 눈물부터 난다.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어머니 생각이 가슴에 내려앉는다. 어린 시절 제 기억 속에 남아 계시는 어머니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국민학교에서 불주사(BCG접종)를 맞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어머니는 어린 제 손을 이끌고 마을 보건소에서 불주사를 또 맞게 하셨다. 예방접종 주사가 무료라는 이야기를 들으시고 한 대라도 더 맞으면 아들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어머니의 모정이 만든 해프닝이었다. 그렇게 주사를 한 대 더 맞고 아파하는 저를 달래고자 어머니는 가녀린 등에 저를 업고서 시장으로 향하셨다. 한 소쿠리에 몇십원 하는, 탱자만큼 아주 작은 사과로 막내아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싶으셨던 어머니는 사과장수에게 사정 사정을 해서 다음 장날에 사과값을 치르기로 하고 저에게 사과를 안겨주셨다.

    학창시절 소풍을 가는 날이면 소풍 가방이 없어 실내화 주머니에 도시락을 싸주시며 한없이 미안해하시던 우리 엄마. 그런 엄마가 오늘도 제 마음 속에 차가운 겨울 바람처럼 휑한 공허함과 그리움으로 찾아온다.

    평생을 함께했던 우리 엄마. 평생을 나 하나만 잘되기를 바라시던 우리 엄마. 요양병원에 계시던 5년 동안 혼자서는 거동이 불편하시고 두 눈마저 시력을 잃어 눈앞에 아들을 두고도 눈으로 아들을 맞이할 수 없었던 어머니에게, 아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이룬 회사와 집 한번 보고 죽고 싶다던 엄마 소원을 이뤄드리지 못했다.

    내년 어버이날에는 어머니께 카네이션을 달아 드릴 수가 없다. 요양병원에 계시던 어머니를 만날 때마다 항상 저에게 하시던 말씀, ‘난 괜찮다. 내 걱정 하지 마라. 난 아무렇지도 않다. 너만 잘 살면 된다. 밥은 먹었나?’. 엄마, 감사합니다.

    이제 제 걱정일랑 마시고 하늘 나라에서 맑은 두 눈과 건강한 몸으로 행복하게 사세요. 저도 매일매일 엄마의 행복을 위해 기도하고 또 기도할게요.

    이수석(대한물류산업기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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