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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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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제자리 찾기 5- 주강홍(경남시인협회장)

  • 기사입력 : 2023-12-29 08: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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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풍이 몰아친다. 시베리아 기단의 등압선이 조밀하다.

    지형학적으로 이 겨울 내내 북극의 찬바람과 맞서 살아야 하니 각오를 단단히 해야겠다. 북쪽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 민족에겐 경계의 방향인가보다. 이 강추위에도 거리에서 냄비를 걸치고 종일 손 종을 흔들며 모금을 하는 분들이 계신다. 심성에 기대며 세상의 파인 곳을 메우고 잠시라도 헐은 곳을 꿰매 주시겠다는 정성이 추운 거리로 모셨다. 노란 지폐 한 장을 밀어 넣으며 고맙다는 목례에 수고하신다고 화답을 보낸다. 세상이 잠깐이라도 따뜻해지는 것 같다.

    익명으로 기부가 답지했다거나 평생의 재산 전부를 사회에 내놓았다는 뉴스에는 감동을 하면서도 진작 내 것은 보듬고 버티는 욕심에 작은 변명이 되는 순간이기도 했지만, 늘 상대적인 빈곤과 더 채우지 못한 허기를 다시 부끄러워할 줄 아는 시간이기도 했다. 현실적으론 쾌척을 실행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매월 지출되는 고정비 하며 경조사비, 특별비 등에 옆을 둘러볼 겨를이 없이 살아가는 게 보통사람들의 실정이어서 선행은 남의 말이 된다. 엊그제 의령에서 평생을 봉사하고도 그것도 모자라 마지막 남은 육신마저 사회에 내놓으신 거룩한 기사를 접하면서 더욱 감동을 받는다. 그동안 시장통에서 힘들게 번 돈을 모두 베푼 은혜에 또 무엇이 부족했을까. 더 나누지 못한 아쉬움은 주검에도 서성였을까. 성인의 한없는 혜량에 감동을 드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선행을 이해하고 따라주는 가족 역시도 대단하신 분들이어서 함께 존경스럽다. 그분은 성자의 길을 몸소 실천하고 가셨다.

    미담은 시간이 흐르면 전설이 되고 신화가 되겠지만 세상을 데운 역사는 오랫동안 사회의 기록에 새겨져야 할 것이다. 그것은 수혜받은 우리들의 몫이다. 옹골진 찬바람이 창문을 두드린다. 그들도 추워서 곁이 그리운 것일까. 안쓰럽게 바깥을 쳐다본다.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길 바라며 서성인다. 현실과 이상의 벽은 늘 힘들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누구의 시 구절이 더욱 사무친다. 어느 성인을 기리며 12월의 마지막을 서성인다.

    주강홍(경남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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