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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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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의심- 이준희(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23-10-19 19: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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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심보감 성심편(省心篇)에 ‘의인막용 용인물의(疑人莫用 用人勿疑)’란 말이 있다.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湖巖) 이병철 회장의 경영철학으로도 유명한 이 말은 ‘사람을 의심하면 쓰지 말고 사람을 썼으면 의심하지 말라’는 뜻으로 주위의 이런저런 이야기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 장단점을 잘 파악해 확실하게 그를 믿고 일을 맡기라는 것이다.

    ▼‘절부지의((竊부之疑)’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竊(훔칠 절) 부(도끼 부) 之(갈 지) 疑(의심할 의). 도끼를 훔쳤다고 의심하는 이 사자는 여씨춘추(呂氏春秋) 거우(去尤)편에서 유래한 것으로 ‘공연(空然)한 의심’을 뜻한다. 이웃집 아이가 도끼를 훔쳤다고 의심할 때는 그 아이의 모든 행동이 의심스럽지만 아이가 도끼를 훔치지 않은 사실이 밝혀진 후에는 아이의 행동이 정상으로 보였다는 내용이다.

    ▼이야기의 핵심은 의심이다. ‘양치기 소년처럼 한 번 거짓말쟁이로 낙인찍히면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믿지 못하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한 번 신뢰가 깨지고 의심하기 시작하면 사소한 것까지도 모두 의심스러워진다. 이처럼 참으로 어렵고도 묘한 것이 사람의 관계이다. 믿지 못하거나 확실히 알 수 없어 의심을 갖는 것은 본인의 마음에 달려있지만 모든 인간관계는 확신과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봄이 오면 꽃이 피고, 가을이 되면 열매가 맺는 자연의 섭리가 우리가 자연을 믿는 신뢰이듯, 사람도 반드시 확신과 신뢰로 상대에게 믿음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 관계가 형성이 된다. 그리고 조직의 리더라면 적어도 사람을 보는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 현명한 사람을 선별할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하고, 일단 일을 맡겼으면 굳건하게 지켜볼 수 있는 뚝심도 있어야 한다. 이것이 믿음이다. 의심은 또 다른 의심을 낳는다. 만약 이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면 평생 남을 의심하며 살아야 한다.

    이준희(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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