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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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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성인 아이 증후군’에서 벗어날 때- 김종욱(한국전기연구원수석연구위원)

  • 기사입력 : 2023-10-15 19: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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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4월(현재) 한국은 명목상 국내총생산(GDP)이 1조 7219억 달러로 추정되어 글로벌 1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최근 들어 선진 7개국(G7) 정상회의에 꾸준히 초대받는 등 국가 위상이 높아지고 있으며 G7+(플러스) 회원국 가입에 관한 말들이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단순 명목 GDP 순위에서만 우리를 앞서 있는 중국과 인도, 브라질, 러시아는 국민 1인당 GDP가 낮고 유엔의 공식적인 각종 지표에서 선진국으로 분류되지 않고 있어서 이들 국가를 제외하면 한국이 명실상부한 G8 수준의 경제대국 반열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 정도로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생각해 볼 때 마음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왜일까. G7 국가를 비롯한 유럽의 선진국들은 선진경제는 물론, 과학지식에 기반한 합리적 사고방식이 사회전반에 확산, 구축되어 있어서 다양한 이슈나 사회적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는데 반해 우리네 실정은 전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금세기에 들면서 세계는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기후·환경문제, 친환경에너지 확보 등 복잡다단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과학지식에 기반한 합리적 사고방식을 통해 모두를 만족시키는 ‘최고’는 아니어도 ‘최선’의 해결책을 마련하려고 노력한다. 설령 반대 의견이 있다고 하더라도 다수가 합의한 합리적 결정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우리에게 과학이란 무엇일까? 과학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원리나 자연법칙을 세심한 관찰을 통해 수학적 모델(이론)을 정립하고 측정(실험) 가능한 방법을 통해 검증된 보편적 지식체계로 증거와 논리를 기반으로 자연세계에 대해 학습하는 방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과학은 어느 특정 인종이나 성별, 종교와 같은 인간의 주관적 차이점을 배제하고 모든 인간에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타당한 원리나 법칙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에 의해 검증된 지식은 누구나 수용할 수 있는 보편적이며 합리적인 팩트(fact)의 기반이 된다. 선진국들은 오랫동안 과학에 기반한 보편적 지식과 합리적 사고방식을 산업과 사회 전반에 확산함으로써 ‘합리적 수용’이 가능한 고도의 선진경제사회를 구축해왔다.

    이와는 달리 먹고살기 바빴던 우리는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의 경제성장은 이루었지만 과학지식 기반의 합리적 사고방식을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는 체계적인 교육은 병행하지 못했다. 우리에게 과학은 단지 과학자들만의 전유물로 인식되어 과학의 저변 확대를 통한 일반 대중화, 보편화에 성공하지 못했다.

    작금에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된 병적인 확증 편향과 극단적 갈등이 야기한 양극화, 집단적 이기주의 및 각종 소모적 논쟁의 이면에는 과학지식에 기반한 합리적 ‘과학마인드’ 부재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요란스럽게 판을 치며 국민의 눈과 귀를 흐리는 가짜 뉴스와 확증 편향의 주장들은 참으로 공허하고 민망스럽다. 공중에 흩어진 한낱 실오라기처럼 실체가 없으며 보편적 과학지식에 준거(準據)하지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일상이 곧 과학’이란 심정으로 국민 모두가 과학에 친숙할 수 있는 그날까지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이 책임지고 과학마인드 제고 방안을 서둘러 마련하고 추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단순 일회성 행사가 아닌 평생교육으로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유치원, 초·중·고 청소년 시기는 창의력과 합리적 사고가 형성되는 중요한 때인 만큼 중장기종합계획을 수립하여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과학마인드 제고 교육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몸집은 어른인데 생각과 감정표현은 철없는 어린아이 수준에 머물러 있는 ‘성인 아이 증후군’에서 하루속히 벗어날 때다.

    김종욱(한국전기연구원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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