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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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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미래세대를 이끄는 새로운 교육, AI- 정호영(한국초중고등학교교장총연합회 이사장)

  • 기사입력 : 2023-10-10 19: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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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챗GPT 등장 이후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바람이 드세다.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AI로 인해 급변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생성형 AI란 명령어를 통해 사용자의 의도를 자체적으로 판단한 뒤,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인공지능을 말한다. 생성형 AI의 대표적 예가 오픈AI가 만든 챗봇 서비스인 ‘ChatGPT’와 경쟁사인 구글이 만든 생성형 AI인 ‘Bard’이다. 그리고 마이크로 소프트는 검색엔진 ‘빙(Bing)’에 오픈AI의 최신 GPT-4 모델을 접목한 ‘빙챗(Bing Chat)’을 공개하며 AI의 기술적 면에서 한걸음 앞서 나가고 있다.

    생성형 AI의 가장 거대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곳은 교육 분야일 것이다. AI의 등장은 교육의 본질과 학교라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우리는 모두가 같은 공간에서 똑같은 걸 동시에 배우는 주입식 암기교육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AI는 이런 교육 체계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한다. 그동안 암기력과 이해력을 중심으로 하는 평가와 교육이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검색만 하면 알고 싶은 걸 알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이 갖춰야 할 능력은 분명 다르다.

    그렇기에 교사의 역할도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teaching)이라기보다는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일(coaching)로 변화되어야 한다. 본래 ‘지식 전달자’인 전통적 수업의 의미보다는 왜 학습이 필요한지를 깨닫게 해주고 학생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을 코칭해 주는 조력자의 교사상으로 변화될 것이다.

    대학입시제도의 획기적 변화도 기대된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게 ‘공정성’이란 족쇄에 걸려 30년간 초·중등교육의 방향타 역할을 하였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AI가 제공하고 있다. OECD 선진국들 중 객관식 대입제도를 채택한 나라가 없다는 논의는 제쳐 두고라도, ‘미래교육’을 표방하는 인공지능 시대에 오지선다형 객관식 수능 평가로 미래인재를 양성한다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지난 수십년의 노력이 단 한번의 객관식 시험으로 평가되고, 1~2문제 찍기의 차이로 진학과 진로가 확연히 달라지는 수능 제도가 우리 사회가 주장하는 ‘공정성’에 적합한지도 고민해 볼 시점이 되었다. 이제 AI 기술의 등장은 객관식이 가졌던 ‘공정성’의 상징이 서술형 평가의 채점에도 충분히 검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컴퓨터로 서술형 채점을 하고 있는 영어평가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없다는 점과 생성형 AI는 컴퓨터보다 훨씬 진화된 채점의 ‘공정성’을 담보하고 있기에, 대입 4년예고제에 따른 ‘2028년 대입제도 개편안’은 IB와 유사한 서술형 대입평가 체제의 도입을 제안하고 싶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했던 유발 하라리 교수의 ‘사피엔스’의 특별판 서문은 GPT-3라는 AI가 ‘하라리처럼 써달라’는 주문을 받고 그의 책과 논문, 인터뷰를 비롯해 온라인에 떠도는 글을 ‘학습’해 작성되었고, 하라리 교수조차도 매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또한 학교교육에서 배우는 지식의 수명과 관련하여 “우리 자녀 세대가 40대가 되었을 때 그들이 학교에서 배운 내용 중 80~90%는 쓸모없을 확률이 높다”라고 예측하였다. 또 ‘UN미래보고서’도 2030년까지 지구상에서 20억개 일자리가 소멸하고, 현존하는 일자리의 80%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AI는 과학기술은 물론 사회, 경제 문화 등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것은 분명하다. 선도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잃게 된다. AI의 등장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새로운 기회다. 선진국에 비하여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가장 우선적으로 초·중·고등학교에서의 인공지능(AI)교육이 준비되고 실천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호영(한국초중고등학교교장총연합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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