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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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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동일노동 동일임금, 공정과 공평- 최국진(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 기사입력 : 2023-09-26 19: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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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한 언급은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지면을 빌려서라도 답답함을 토해내고 싶은 이유가 있다. 현재 젊은 기술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못해 이제는 공동현상을 넘어 싱크홀처럼 꺼져 내려가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워서이다.

    많은 사람이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해 성별, 고용 형태, 인종, 종교, 국적 등에 관계없이 동일한 직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에 대해서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사실 매우 중요한 핵심이 빠져있다. 그것은 바로 ‘같은 가치를 지닌 노동’이라는 것이다.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라도 각자의 능력에 따라 업무의 결과물이 다르고 회사에 대한 기여도가 다른데 동일한 임금을 제공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따라서 우리가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용어 자체를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임금원칙’이라고 정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흔하게 혼동하고 있는 공정과 공평처럼 오해의 소지가 없겠다.

    공정의 사전적 의미로는 공평하고 올바름이라고 나오고, 공평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고름이라고 나온다.

    사전적 의미만으로는 두 가지 개념이 비슷하며, 다만 공정이 공평을 포괄하는 형태로 보인다. 현실적인 상황에서 두 가지의 의미를 조금 쉽게 풀어본다면, 공평은 정량적인 개념이 강하여 뭔가를 나눌 때 그 어떤 조건도 고려하지 않고 모두에게 똑같은 양을 나눠주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공정은 정성적인 개념이 부가되어 각자의 능력과 노력까지 고려하여 나눠 주는 것을 의미한다. 아주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같은 작업을 수행하는 근로자 두 명에게 그냥 똑같이 주면 공평, 더 열심히 한 사람에게 더 주는 것은 공정이 되겠다.

    공정과 공평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반드시 공존해야만 한다. 다만, 공정이 적용되어야 할 부분과 공평이 적용되어야 할 부분이 정확하게 구분되어야 한다.

    임금의 경우에도 동일가치노동에 따른 기본임금은 해당 근로자의 나이나 성별, 소속 등에 따라 차별되지 않고, 오롯이 능력에 따라서만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며, 가족수당, 주택수당, 근속수당 등은 해당 근로자의 능력과 상관없이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동일 시간 동안 동일한 기술력이 필요한 작업을 입사 1년 차와 입사 10년 차가 했다고 동일한 임금을 준다면 공평은 하겠으나, 공정하지는 않다.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을 짚어보면, 단일 최저임금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가치의 차이가 있는 노동에도 동일한 수준의 임금이 적용되는 경우가 흔하다. 수년에 걸쳐 연마한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직무를 수행하는 기술자의 임금이, 단 몇 시간의 교육으로 수행이 가능한 단순 서비스직의 임금과 비슷한 실정이니 누가 산업현장에 남아 있겠는가.

    또한 같은 산업현장이라도 동일한 업무 강도로 대기업의 절반 정도의 임금을 받는 중소기업에는 젊은 인재들이 아예 지원조차 하지 않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가 기술 강국을 유지하며 세계 상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철저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적용으로 젊은 세대들을 기술 인력으로 키워나가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기업에서 로봇 자동화시스템이 구성된 현장에서 로봇의 작업을 단순하게 보조하는 대기업 생산직의 기본임금과, 중소기업에서 동일한 작업을 수행하는 작업자의 기본임금이 같아야 한다. 그리고 그 로봇 자동화시스템을 직접 구축하는 중소기업의 기술 인력의 임금을 현실화해야 한다.

    대기업에서는 중소기업에 원가 절감은 요구하되 지금보다 대폭 상향된 인건비 부분은 반드시 보장함으로써 젊은 인재가 중소기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디 공정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체제가 하루빨리 실현되기를 바란다.

    최국진(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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