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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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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작별은 또 다른 희망이다- 이재수(국민연금공단 창원지사장)

  • 기사입력 : 2023-09-24 19: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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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별은 힘들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장소든, 추억이든. 헤어짐은 아픔이고, 결별은 고통이다. 영원히 단절된 관계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이별! 어찌 고통스럽지 않겠는가. 하지만 결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 순간은 언젠가는 온다.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아무 것도 없으니까. 머뭇거리며 주저할 것인가, 의연하게 결단하고 과감하게 변화할 것인가. 선택은 자유다.

    익숙하면 편하고, 낯설면 어색하다. 그러므로 모든 유기체는 변화를 최소화하여 안정을 유지하는 최적 상태를 선호한다. 균형을 유지하려는 항상성(homeostasis)이 깨어지는 순간,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위험에 봉착하므로 자연스럽게 변화를 거부한다. 하지만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에 포획되는 순간, 새로움이 주는 설렘과 떨림은 사라지고, 갈수록 증가하는 엔트로피를 감당하지 못해 붕괴하거나 소멸한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더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꾼다면, 늘 곁에 있어 익숙하고 당연한 것들과 과감하게 결별할 수 있는 담대한 용기를 가져야 한다. 결별은 패러다임의 대전환에서 시작한다. 지금껏 당연하게 여긴 것을 다르게 생각해 보고, 익숙한 것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고, 낡고 묵은 전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 바로 혁신(innovation)하는 것이다.

    혁신(革新)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꿔 새롭게 하는 것’이다. 헌 가죽을 벗겨내고 새 가죽을 만드는 것이다.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고통이 수반되는 힘든 과정이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이므로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다. 위험과 정면으로 마주하므로 참고 견디고 버티는 인내를 요구한다. 따라서 변화를 거부하고 혁신에 저항하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다.

    혁신은 리더의 권한이자 사명이다. 권위적으로 행동하고 명령하고 통제하는 ‘보스’의 역할이 아니다. 오직 리더만이 제대로 된 혁신을 전개할 수 있다. 가슴 뛰는 위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꿈과 희망으로 열정을 이끌어내고,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여 솔선수범할 때 혁신은 성공할 수 있다. 권오현 전 회장은 「초격차」에서 리더의 덕목을 제시했다.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솔직하고 예의바르며, 절대 부정하거나 편법을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 게다가 훈련을 통해 통찰력, 결단력, 실행력, 지속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리더가 수행하는 혁신이 어찌 성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혁신은 리더와 추종자를 구분한다. 성공한 혁신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성의 산물이다. 두려움은 망설이고 주저하는 사람에게 기생하는 정신의 독버섯이다. 이는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우화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어느 순간 치즈가 사라졌다. 당신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치즈를 가져간 누군가를 비난하며 하염없이 불평만 늘어놓을 것인가, 사라져버린 치즈에 분노하지만 현실을 직시하고 다른 치즈를 찾아갈 것인가, 상황 변화를 즉각 수용하여 머뭇거림 없이 새로운 치즈를 찾아 떠날 것인가. 선택은 자유지만, 결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변화에 대한 반응이 느릴수록 충격은 큰 법이다. 바뀐 현실을 부정할 뿐 변화를 인정하지 않거나, 너무 많은 생각에 짓눌린 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근거 없는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거침없이 도전하면, 언젠가 새로운 치즈를 찾을 수 있다.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믿음, 즉 행복한 상상은 혁신의 성패를 좌우한다.

    익숙함과의 결별! 변화는 두렵고 고통스럽다. 제대로 결별하지 못하면, 상처는 아물지 않고 희망의 꽃은 다시 피어나지 않는다. “변화를 유도하면 리더가 되고, 변화를 받아들이면 생존자가 되지만, 변화를 거부하면 죽음을 맞게 된다.”

    이재수(국민연금공단 창원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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