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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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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기업 경영,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김정훈(한국은행 경남본부장)

  • 기사입력 : 2023-09-19 19:5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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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세계 경제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 연준(Fed)이 2022년 3월부터 글로벌 물가 상승 등으로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저금리 기조에서 벗어나 정책금리 인상을 시작하였다. 이후 미 연준은 정책금리를 500bp 인상하여 2023년 8월 현재 5.25~5.50%에 이르고 있으며, 이는 2001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정책금리도 고물가 등에 대응하여 금리 인상을 시작하여 2023년 8월 현재 3.50%에 달하고 있으며, 이에 영향받아 여수신금리 및 시장금리도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들어 시장 일각에서 미국의 물가상승률 둔화, 노동시장 과열 해소 조짐 등으로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견해와 이에 따라 정책금리가 인하로 돌아서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기대도 종종 나오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한국은행 경남본부가 있는 창원의 국가산업단지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국가산업단지 내 기업경영자들과 대화하다 보면 애로사항 중 하나로 자금 조달과 높아진 금리 수준을 언급하면서 미국에서 정책금리 인상을 멈추면 국내 금리가 인하로 돌아서고 다시 저금리 기조가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듣기도 한다.

    하지만 대내외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높은 수준의 금리 환경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춘다고 하더라도 당분간 물가가 목표 수준(2%)을 달성할 때까지는 금리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높아진 금리가 장기화(higher for longer)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 파월(Powell) 미 연준 의장은 8월 25일 열린 잭슨홀 경제심포지엄에서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통화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내도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공공요금 등 누적된 비용상승 압력의 파급 영향 등 향후 물가 전망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글로벌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뿐만 아니라 높아진 금리 등이 경영상 애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예금은행으로부터 조달한 신규 취급 대출금리가 2023년 7월 기준 대기업 및 중소기업 각각 5.17%, 5.32%로 코로나19 기간에 비해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통상 기업 대출은 운전자금이 1년 주기, 시설자금이 3~5년 주기로 만기가 도래하면서 금리가 갱신된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금번 금리인상기 전에 조달된 기존 대출도 점차 높아진 금리를 적용받게 될 것이다. 그동안 저금리에 익숙해진 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대출 규모와 높아진 고금리에 적응해 나갈 시기가 본격 도래한 것이다.

    다행히 현재 경남지역의 경제는 조선, 항공, 자동차부품, 방산 등 주력 산업의 호조에 힘입어 여타지역 대비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7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경남의 제조업생산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5% 늘어 감소세를 보인 전국 평균(-8.1%)과 다른 데다 2022년 8월 이후 전국 평균을 꾸준히 상회하고 있으며, 8월 제조업 업황 BSI도 80으로 전국 평균(67)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다만 앞으로도 경남지역 경제가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들이 고금리에 따른 글로벌 경제 흐름과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는 성장동력 확충에 나서는 등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 최근의 경남 경제 호조가 지난 수년간 조선업 불황 등으로 기업들이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구조조정 등 힘든 시기를 견디면서 체질을 개선한 데서 온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업의 이러한 노력에 더하여 지자체 등 정책당국은 기업들의 기술개발 등에 대한 법적·정책적 지원을 뒷받침하고, 금융기관은 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를 통해 업황 사이클이 하락 중인 기업이라도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 대해서는 과감한 투자를, 아닌 기업에 대해서는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지원해 나갈 필요가 있다.

    김정훈(한국은행 경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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