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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국가기술개발 예산 계획과 기초과학의 미래- 정필승(인제대학교 미래에너지공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3-09-12 19:2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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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는 K-콘텐츠와 같은 문화산업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 개발의 후발주자이면서도 길지 않은 기간에 많은 업적과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세계를 선도하는 반도체 기술, 해외 어느 지역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나라 브랜드의 가전과 자동차 기술, K-배터리 및 에너지 기술 그리고 최근 해외로 뻗어나가는 게임시장까지 다방면으로 주목을 받고 있으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에 대한 충분한 자부심을 느끼게 해왔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물질적인 자원은 부족하지만 고급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인프라와 인적자원,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산업기술의 노하우가 빠른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고 여겨 왔다. 이러한 국내 선도 기술은 당시 국내 비주류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미개척 분야에 대한 수많은 노력이 함께 만들어 낸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 국가 주도 기술 개발 효율성 향상을 목표로 2024년 국가 기술 개발 예산 계획을 발표하였다.

    부처 간 개발 분야 통폐합을 통해 주요 R&D 예산은 13.9% 감축하고, 기초연구 분야는 2조6000억원에서 6.2%가 삭감된 2조4000억원,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R&D 예산의 경우 10.8%가 줄어든 2조1000억원으로 발표하였다.

    반면 국가전략 기술에 대한 예산의 경우 올해보다 6.3% 증가한 5조원으로 발표하였으며, 혁신 연구성과 창출을 위한 별도 재원 마련과 더불어 해외 공동연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는 기존의 연구개발 비효율성을 개선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적 R&D와 필수 R&D를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우리나라 산업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연구 혁신을 추진한다는 취지라 할 수 있다.

    국가 기술 개발에서 응용 및 산업화 중심의 연구개발 지원의 경우 성장이 다소 완화된 현재의 기술시장에서 새로운 발전의 원동력과 새로운 산업 먹거리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전략적 투자가 필요한 분야임에는 분명하다. 특히 핵심기술 분야 혹은 신규 혁신 기술 분야에서 부족했던 민간 부문 R&D 투자를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그 효과를 기대해 볼 만한 정책적 변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정책의 변화로 기초연구 분야와 비주류로 분류될 수 있는 소규모 연구 개발에 대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기초연구 분야의 경우 다양한 응용 분야의 밑거름이 되지만, 단기간에 경제적 성과를 도출하기는 어렵다는 측면에서 민간 부문 투자를 얻기 힘든 실정이다.

    연구 투자 순위가 세계 5위인 우리나라 연구개발 투자 비용을 고려했을 때 정량적인 지표인 논문발표 성과는 세계 12위로 비교적 낮은 수치이기 때문에 투자 대비 성과가 비교적 저조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온 약 10년간 논문 증가율이 60%가 넘는 수준으로 기초연구 투자에 대한 효과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을 참고한다면, 지금 당장 투자에 대한 정량적 효율성을 논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기초과학에 대한 세계적인 평가는 논문 수와 같은 양적 성장과 더불어 해당 기술 분야 혹은 미래 융합 기술 분야에 방향성과 통찰을 제공할 수 있는 연구 성과, 즉 질적 성장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이를 반영하여 최근 연구개발 실적을 평가하는 경우 지역 및 사회문제 해결에 대한 부분을 질적 평가 대상으로 포함하는 등 국내 연구 개발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추세이다. 국내 기초연구 분야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하는 현재 상황에서 이러한 변화가 정책에도 충분히 반영되어야 하지 않을까?

    국가 기술 개발에 대한 혁신성의 기조가 기초연구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연구 분야에 대한 지원 역시 충분히 고려되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개발 환경이 지속되었으면 한다.

    정필승(인제대학교 미래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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