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3일 (금)
전체메뉴

[경남시론] 롤러코스터와 같은 사회 양극화의 접근법은?- 이진로(영산대학교자유전공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23-09-10 19:25:23
  •   

  • 사회가 양극화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극화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극단적 입장이 대립하는 현상이다. 장점은 해당 사안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극단을 드러냄으로써 문제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 하지만 눈앞의 현실 대신 양 끝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실제 모습을 놓친다. 근본주의자의 치명적 단점은 비현실적 인식이다. 양극화의 어느 한쪽을 선택하게 되면 매우 협소한 시각에 빠진다. 양쪽 극단을 번갈아 선택하면 마치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간담이 서늘해지는 스릴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잘못하면 공포감에 빠지거나 무게중심을 잃고 일시적 혼란 상태에 처한다. 다행히 놀이공원의 양극화 장치인 롤러코스터는 기계적 안정성을 갖추었고, 방문객 개인의 선택을 반영한 일시적 이용시설이다. 그래서 즐거움을 주면서 피해는 최소화한다. 또한 극단적 경험이므로 오래오래 추억으로 남고, 앞으로 다시 이용할 태도에 영향을 준다.

    양극화의 유용성과 한계를 수학의 정규분포(normal distribution) 확률 모델을 통해 알아보자. 성인의 체중과 키 등은 평균을 중심으로 하여 양쪽에 대칭을 이루는 구조다. 최고치와 최저치의 차이가 클수록 ‘시그마(σ)’, 즉 평균에서 멀어지는 수준도 커진다. 통계적으로 평균에서 1 시그마 이내에 68.3%가, 2 시그마에 95.4%가, 그리고 3 시그마에 99.8%가 존재하고, 조사 대상이 커질수록 이 수치에 근접한다.

    의학과 공학에서는 이러한 통계 모델에 기반을 두어 안전성을 높이고, 피해를 최소화한다. 예를 들어 의학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에서 가급적 많은 접종자에게 부작용은 없고, 약효는 충분히 지속하도록 초점을 맞춘다. 건축공학에서도 건물이 지진과 태풍, 수해 등의 피해를 줄이려면 그만큼 예외적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안전성과 시급성 및 비용 등을 함께 고려하게 된다.

    양극화가 선호되는 분야도 있다. 과학기술 혁신과 예술적 창의성 영역이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과정에서 현재에 안주하는 평균보다는 미래를 향해 앞서가는 선구자가 큰 성과를 창출하고, 미학적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험과 도전, 창조로 가는 여정은 험난하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희생과 손실, 시행착오 등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은 꾸준하게 늘려온 연구개발 투자에 힘입었다. 또한 글로벌 한류로 주목받는 문화 콘텐츠의 발전도 자유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적극적 지원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가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여론과 정책 양극화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알아보자. 여론과 정책의 양극화는 어느 한쪽의 극단적 입장을 표방해서 그로부터 가까운 의견을 지닌 지지자를 안정적으로 얻으려는 안이한 인식에 기반한다. 자기의 생각과 이익을 강하게 내세우고 상대방의 반응과 불이익을 깡그리 무시하는 행태다. 이런 여론과 정책이 폭넓은 공감을 얻는 내용을 담기 어렵다. 극단적 여론과 정책을 경계해야 한다. 왜냐하면 서로 다른 다양한 의견의 통합이 아니라 이해관계에 따른 집단별, 영역별 갈라치기를 통해 분열과 대립을 격화시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기 때문이다.

    대안은 무엇인가? 사회적 여론도 좌우 사이에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는다는 정규분포 인식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슈에 대한 여론의 가운데에 중도가, 양쪽에 온건한 좌우가, 맨 끝에 극단적 좌우가 각각 놓여 있다. 양극단에 가까울수록 0.1%(3 시그마)에서 2%(2 시그마), 16%(1 시그마) 등의 확률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평균에서 1시그마 이상 멀어진 양극화 여론과 정책은 적어도 84%에서 많으면 99.9%까지 현실을 왜곡한 결과다. 롤러코스터는 놀이공원에서, 그것도 선택적으로 즐겨야 하지 않을까.

    이진로(영산대학교자유전공학부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