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3일 (금)
전체메뉴

[경남시론] 지구상에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 황외성(경남도의회 입법담당관)

  • 기사입력 : 2023-09-05 19:56:15
  •   

  • ‘나라는 누가 지키나?’ 며칠 전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확 꽂힌 프로그램이다. 정규군 48만여 명으로 50만명 유지 목표가 무너졌다는 우려였다. 정규군 128만 명에 762만여 명의 예비군을 갖춘 북한과 비교해보면 천양지차다. 주요인은 두말할 나위 없이 ‘저출생’이다. 각종 군면제와 복무단축 등도 꼽는다. 한때 36개월에서 현재는 군종에 따라 18개월에서 21개월로 줄었다. 짧은 복무기간은 전력 운용 효율성과의 한계도 지적된다.

    군용열차로 입대, 병장 월급 4500원에 군사우편을 소식통 삼은 30개월 필자의 군대생활과 비교할 수 없이 개선됐다. 특히 병사월급 200만 원은 당시로서는 꿈 같은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는 병력 유지 문제를 넘어 국가 존폐를 걱정할 단계다. 급격하게 떨어지는 합계출산율의 거듭되는 경신은 세계적 관심거리다.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우…” 2022년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라는 소식을 접한 미국 조앤 윌리엄스 교수가 머리를 부여잡는 모습이 최근 SNS 등에서 회자됨이 잘 말해준다.

    금년 2분기 합계출산율이 0.70명으로 사상 첫 0.6%대를 위협한다는 소식은 또 한 번의 경신을 예고한다. 합계출산율은 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는 자녀수를 나타내는 수치다. 상반기 출생률은 12만여 명으로 지난해 대비 6.3%나 줄었다. 25세~39세 남녀 설문조사에서 34%가 ‘결혼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결과는 미래 예측을 가능하기에 충분하다. 알다시피 ‘애 낳아 키우기가 어렵다’는 게 주된 이유다. 그러나 2020년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이 1.59명이라는 사실은 재론의 여지를 남긴다. 세계 10대 경제국인 우리나라의 아이 키우기 환경이 OECD 38개국 중 꼴찌 출산율일 만큼 열악한지 생각해 볼 일이다.

    육아와 교육, 일자리, 노동시간, 주택정책의 방향과 지향점부터 재점검하고, 우리보다는 나, 사회적 의무와 역할보다는 권리와 자만에 도취된 것은 아닌지 되새겨볼 일이다. 17년간 500조원 넘게 투입하고도 세계 최하위의 출산율이라면 정책의 방향이 잘못됐음을 인지하고 바꿔야 함이 당연하다. 현금 지원도 중요하지만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회시스템으로 바꿔 달라는 당사자들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최근 정부의 부모영아수당 인상, 조부모 손주 돌봄 수당지급 정책 등 여전히 현금지원 방식이 주된 유인책일 수밖에 없는 것인지 답답할 따름이다.

    일면식 없는 사람과 결혼해 생기는 대로 출산하고 뼈 빠지게 일하다 사라지는 위 세대는 물론, 월세에서 전세를 거쳐 내 집 마련 수순을 밟으면서 산업전사 역할을 맡은 필자의 세대다. 일자리를 찾아 공장 벽보와 전봇대를 찾아 헤매던 시대가 그때의 청년들이었다. 같은 부모요, 청년이었을 진대 불과 반세기 세월 만에 이렇게 괴리됨은 왜일까?

    ‘시대 탓’이라면 할 말 없지만, 핵가족, 학력 인플레, 과잉보호, 경쟁, 이기심, 의무가 배제된 권리 등이 만들어낸 구조적 병폐는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이유 불문하고 이대로라면 나라 지킬 군인은 고사하고, 일할 사람도, 생산품을 운반하거나 소비할 사람도, 고가의 아파트에 생활할 사람도 없어진다는 사실이다. 자신도 모르게 삶겨 가는 냄비 안의 개구리처럼, 우리의 무감각 속에 나라가 사라질 날이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천 년 역사는 고사하고 해방부터 셈을 해도 80여 년 만에 이룬 오늘의 번영 이면에, 영국 콜먼 교수의 예언대로 80여 년 뒤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고, 2750년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나라가 대한민국이 아니기를 간곡히 희망한다. 그때 폐국 앞에서 조상 탓, 시대 탓하는 아우성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후회는 언제나 늦은 법이다. 너나 없이 출산에 대한 보편적 사고전환과 특단의 대책마련, 사회적 합의와 참여가 시급한 때다.

    황외성(경남도의회 입법담당관)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