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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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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스포츠와 지역 연고- 조정우(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3-09-03 20: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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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며칠 전 전라북도 전주에 연고를 두고 있던 남자 프로농구단이 23년 만에 연고지를 부산으로 옮기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KCC농구단은 지역 밀착형 프로팀으로 전주·전북 지역민들의 큰 사랑을 받아 온 명문구단이다. 남자 농구가 예전보다는 전국적인 인기가 많이 떨어졌지만, 적어도 KCC농구단의 경기가 열리는 전주체육관만은 항상 열기로 가득 찼던 것으로 기억한다. 문화행사를 즐길 기회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지방에 연고를 두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농구단이 인기를 누릴 수 있는 토대가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KCC농구단은 체육관 이전·신설을 둘러싸고 전주시와 갈등을 겪다 결국 전격적으로 연고지 이전을 결정하였다.

    정확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보도된 기사들로 봐서는 전주시가 연고 이전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농구단은 홈구장인 전주체육관이 노후화 되자 연고를 수도권으로 옮기는 것을 검토했었는데, 전주시에서 체육관을 신축해 준다는 약속을 받고 그대로 전주에 있기로 결정했었다. 하지만 전주시의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던 것이다.

    KCC농구단이 새로 옮겨갈 부산에는 프로농구 리그 출범 때부터 남자 농구팀이 있었다. 원년 우승팀인 기아 농구단이 부산을 연고로 두고 출발했고, 가장 최근에는 KT농구단이 있었다. 그런데 이 KT농구단은 2년 전에 수원으로 연고지를 옮겨 버렸다. KT농구단의 수원 이전은 스포츠단들이 경기·훈련 인프라가 좋고 팬층의 규모도 크고 팀을 관리하기도 좋은 수도권을 선호한 데서 비롯된 것이었다. 사실 KT농구단은 부산에 연고를 두고 있었을 때에도 경기만 부산에서 할 뿐 훈련장·선수 숙소 등 제반 시설은 모두 수원에 있었다.

    두 농구단의 연고지 이전에서 공통적인 것은 스포츠단들이 수도권을 연고지로 선호하며, 이 상황에서 지자체의 지원마저도 적극적이지 않을 경우 연고 이전을 결행한다는 사실이다. 부산시가 이번 KCC농구단의 ‘부산행’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2년 전 KT농구단의 수원 이전에서 얻은 교훈 덕택이었다고 한다.

    현재 경남에는 최대 도시인 창원을 중심으로 NC프로야구단과 경남FC축구단, 그리고 창원LG농구단 등 주요 스포츠 구단이 자리 잡고 있다. 이중 창원LG농구단은 1997년 프로농구 출범 때 창단된 원년 팀으로 25년 넘게 창원 연고를 지키고 있다. 창원LG농구단은 한국프로농구 리그에서 원년 팀이면서 연고지 이전이 없는 유일한 팀인 것이다. 이는 모기업인 LG그룹이 서부경남을 태동지로 한다는 점만이 아니라 창원에 주력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등 경남지역에 뚜렷한 연고를 갖고 있다는 기업적 차원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고, 스포츠단 조성의 주요 축인 창원시에서 비교적 무리 없이 인프라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랜 연고를 통해 지역 농구단에 애착을 갖고 있는 시민들이 많다는 사실을 빼놓을 수 없다.

    창원은 인구 100만의 중간 규모의 도시이지만 NC다이노스라는 프로야구단까지 운영되고 있는 중이다. NC야구단은 부산에 있는 오랜 전통의 롯데자이언츠와 이제 라이벌 관계가 되어 두 팀 간의 경기는 ‘낙동강 더비’로 불리고 있다. 물론 롯데야구단이 예전에는 경남지역까지 연고로 했기 때문에 창원에는 아직 롯데를 잊지 못하는 팬들이 꽤 있지만, NC야구단이 우승을 차지하는 등 실력 면에서 선전하고, 지역 밀착 마케팅과 지역사회 봉사에 적극적이면서 점차 경남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농구의 경우는 반대로 창원LG농구단이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에 부산에 새로 KCC농구단이 들어온 셈이다. 이제 농구에서도 낙동강 더비가 성사되어 두 지역 팬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조정우(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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