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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가고파- 임창연(시인)

  • 기사입력 : 2023-08-31 19:4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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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향 문인이신 S 시인께서 목포 시외터미널에는 이난영이 부르는 ‘목포의 눈물’이 흘러나온다며 마산 시외터미널에는 노산 이은상 선생의 ‘가고파’가 흘러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외지에서 온 사람이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가고파’ 노래를 들으면 ‘아 이곳이 마산이구나’하고 알게 된다는 것이다. 마치 해외에서 ‘아리랑’을 듣게 되면 잊었던 고국이 생각나는 것과 같을 것이다. 문화예술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힘은 바로 삶에 직결된다. 그것은 정치를 뛰어넘은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그 시대의 수준을 말해 주는 것이다.

    마산에도 노산문학관과 조두남음악관이 있었다. 하지만 노산 이은상 선생의 과거 3·15의거에 대한 신문 기사 발언 등이 문제가 되어 노산문학관은 마산문학관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조두남음악관 역시 일제강점기 행적 때문에 마산음악관으로 변경된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가고파는 마산을 뛰어넘은 국민적인 노래로 이미 자리를 잡았다. 대구에서는 노산이 작사하고 박태준 선생이 작곡한 ‘동무생각’의 노래 가사에 등장하는 ‘청라언덕’ 가사 하나로 대구광역시 중구 달성로 56에 위치한 주변이 관광명소로 지정되고 대한민국 구석구석 100경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노산 이은상 선생의 홀대는 문학관 이름이 변경된 것도 모자라 마산역 앞에 세웠던 가고파 시비에 붉은 페인트를 뒤집어쓰는 봉변까지 당했다. 일제강점기 전력이 있지만, 전북 고창에는 미당 서정주 선생을 기념하는 미당시문학관이 있다. 통영에는 매년 윤이상을 기리는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가 열린다. 윤이상 선생 역시 ‘동백림사건’과 그 이후 북한을 넘나들며 친북 활동의 전력도 있지만 이념보다는 예술적인 공적을 기려 윤이상기념공원과 윤이상기념관, 베를린하우스가 자리 잡고 있다.

    이제 마산도 노산 이은상 선생을 민주의 성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공과 과를 그대로 보고 예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와 광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율성 기념공원에 대한 이야기가 분분하다. 노산 이은상 선생에 대한 화해도 마산지역 민주화단체와 지역 문인협회, 창원시민들의 머리를 맞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임창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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