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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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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법은 왜 범죄자에게 관대한가?- 김상군(변호사)

  • 기사입력 : 2023-08-30 19: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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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죄추정(無罪推定)의 원칙이란, 형사소송에서 피고인은 재판을 통해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고한 사람으로 추정된다는 의미이다. 수사를 하고 재판을 해보기 전까지 유죄인지 무죄인지 알기 어려운 사건도 분명히 있지만, 대부분 증거가 명백하고 피고인 스스로도 범죄를 인정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어떤 피고인이 많은 사람이 보는 곳에서 사람을 때린 경우를 가정해보자.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당연히 그 사람도 재판이 끝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되는데, 사실 이런 취급은 사람들의 법감정(法感情)에는 맞지 않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피고인이 유죄일 가능성이 매우 높더라도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형사절차에서 보장하는 권리를 함부로 제한하여서는 안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절차적 권리보장의 측면이 더 강한 것이다. 그래서 뻔뻔한 범죄를 저질러놓고 무죄추정을 외치며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건 본래 의미의 무죄추정 원칙을 왜곡하는 처사다.

    마찬가지로 ‘무죄’는 피고인이 결백하다는 뜻이라기보다 ‘유죄가 아님’이 보다 정확하다. 죄를 지었음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된 경우에만 유죄 판결이 선고되는데, 그만큼 입증되지 못하였을 때 유죄가 아님(무죄)이 선고된다. 의외의 무죄판결이 선고되는 이유는 무고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웠기 때문이라기보다 그 사람이 범인이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람이 사람을 처벌하는 일은 몹시도 어려운 일이라 형사절차는 오판(誤判)을 철저히 배제하는 쪽으로 고안되어 왔다. 의외의 무죄판결은 인권보장을 위하여 우리가 감수하기로 한 그림자이다.

    사람들은 잔혹한 범죄를 보고 이미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폐지된 ‘사형’을 외치고, 수 년의 징역이 선고되어도 솜방방이 처벌이라고 비난한다. 법은 왜 이렇게 범죄자에게 관대한 것일까?

    현실에서 재판의 지연은 심각하고, 범죄자가 돈을 써서 교묘히 빠져나가는 일도 허다하다. 이건 경찰, 검사, 판사들이 일을 열심히 해서 해결될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정치적 타산으로 왜곡되어 온 사법 시스템을 국민을 위한 신속하고 정의로운 시스템으로 다시 세울 때다.

    김상군(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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