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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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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경청- 강신형(시인)

  • 기사입력 : 2023-08-28 19: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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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언무환 신언무우(寡言無患 愼言無尤). 말이 적으면 근심이 없고, 말을 삼가면 허물이 없다는 뜻으로, 말을 많이 하여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을 경계하고자 하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 세간을 들여다보면 정치권은 물론이고, 세대 간에도 이러한 자기 경계는 찾아볼 수가 없고 상호 간에 자신들이 내세우는 주장만이 옳고 바르다는 말 잔치의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인 내로남불의 세상이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실에 접근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눈과 귀는 정작 누구의 말이 옳은 말이고 진실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덩달아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민 가짜뉴스도 난무해 혼란스럽기가 또한 그지없다.

    눈과 귀가 두 개인 것은 많이 보고 많이 들으라는 뜻이고, 입이 한 개인 것은 듣고 보는 것보다 말하는 걸 적게 하라는 뜻이라고 탈무드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경청하는 자세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이해하라는 말이다.

    그러나 자신에 관해 이야기하고 변명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다른 사람들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또 나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도 알지를 못한다.

    일반적인 것에서부터 전문적인 것까지 책을 읽고 공부하지 않아도 각종 매스컴이나 컴퓨터 등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알 수도 있으니 우리는 참으로 얼마나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가.

    하지만, 남의 말을 귀 기울여 주의 깊게 듣는 경청이 사라진 시대. 귀 닫고, 눈 감고 자기 주장만을 내세우는 시대. 가짜뉴스가 사회를 캄캄하게 색칠하는 현실 앞에서 그 당사자가 되어가고 있는 우리의 마음이 찜찜하고 두렵기까지 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인간다운 삶의 방식과 사람들과의 만남이 의미 있고 행복해지려면 자신만이 주도하는 대화법이 아니라, 바로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경청에 있음을 다시 한번 살피고 당장 실천에 옮겼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강신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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