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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소리없는 아우성- 이준희(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22-12-20 2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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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적 관계에서 어떤 문제에 처할 경우 사람들의 대응 방식은 다양하다.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의 저자 앨버트 허시먼의 조직론에 따르면 소비자나 구성원의 행위는 크게 ‘이탈’, ‘항의’, ‘충성’으로 나뉜다. 이탈은 아예 벗어나는 것으로 자신이 속한 조직 등이 위기에 처할 때 과감히 떠나는 것이다. 순종은 그냥 참고 견디는 것이다. 불만이 있더라도 포기하거나, 문제에 둔감해 맹목적으로 충성한다. 항의는 문제를 지적하며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 내기다. 일종의 저항이다.

    최근 경남도가 실효성, 유사·중복 등을 이유로 경남도 소관 12개 센터를 축소·폐지했다. 이 과정에서 경남 청년센터 폐지를 두고 청년들의 목소리가 거셌다. 청년센터를 없애면서 청년들의 입장을 단 한마디도 듣지 않았고, 시군 청년센터가 운영될 수 있는 공간으로서 갖는 의미도 사라졌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청년들의 저항이다.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 등 예산 비효율성과 저조한 이용실적, 시군 청년센터의 역할 중복으로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경남도의 단호한 입장에 청년들은 주눅 들지 않고 목소리를 냈다. 이에 박완수 도지사는 기자간담회에서 청년정책은 도의 중요한 정책 중 하나로 청년 관련 예산을 내년에는 올해보다 200억원 이상 늘려 청년정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생각이며, 이후 시군의 청년센터가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도에서 지원과 노력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며 이슈로 끌어냈다.

    반면 경남의 예술인들은 어떠한가? 단순 비교를 하는 그 자체가 적절치 않고, 단체를 부추기는 우려도 나올 수 있지만 경남 예술인들의 복지증진에 앞장선 경남예술인복지센터가 사라졌는데도 경남의 약 8000명에 이르는 많은 예술인은 침묵하고 있다. 경남 예술인복지센터가 폐지된 사실은 알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다.

    2019년에 개소한 경남 예술인복지센터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예술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그동안 경남 예술인복지센터는 예술인활동증명 지원, 예술인 창작활동준비금 지원, 청년·신중년 예술인의 일자리 지원, 대출이자보전, 의료비지원, 청년예술인 파견지원, 예술인 역량강화 교육사업 등 지역 예술인들의 지원군 역할을 수행하면서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독립적인 시설과 부서를 둔 전국 최초의 경남예술인복지센터의 눈부신 활약에 전남, 울산, 인천, 대전, 충북, 부산 등 전국 지자체가 벤치마킹을 위해 경남을 찾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전국 지자체의 모범이 된 경남예술인복지센터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경남도는 기존 진흥원 예술진흥팀을 예술지원팀으로 전환해 기존의 창작 지원사업과 복지 지원 사업을 일원화하고 마산·진주의 복지센터를 지역 사무소 형태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 경남도의 예술인 창작활동 준비금 지원과 의료비 지원 예산은 사라졌고, 마산의 예술인복지센터 사무실은 운영비조차 예산에 반영되지 않아 제대로 운영될 지 미지수다. 상황이 이런데도 예술인들은 담 너머 불구경하는 듯하다. “예술인들은 발 등에 불이 떨어져 발이 다 타야 그제야 ‘앗 뜨거 !’ 한다”는 한 예인의 은유적 표현이 씁쓸하게 들리는 것은 나만의 안타까움일까? 아쉬움이 남는다.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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